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는 해경 수뇌부에 구조 실패의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에서 해경 관계자들은 “기억이 안 난다”며 답변을 회피했고 최종 책임 주체를 가리고 실질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제를 2차 청문회로 넘기게 됐다.

해경 수뇌부는 참사 발생 1년8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123정 정장이었던 김경일씨가 유일하게 징역 3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김씨는 경위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현장 지휘관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뒤집어썼다. 김 정장에 대한 징역형은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이 현장지휘관 함정(OSC·On Scene-Commander)으로 지정됐고, 그럼에도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 승객들을 사망케 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은 123정이 현장지휘관 함정으로 임무를 부여 받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123정 승조원들은 123정이 OSC로 지정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OSC의 지휘를 받게 돼 있는 현장구조 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14일 청문회에 출석한 김재전 서해해경 항공단 B-512호 기장은 “OSC(가 어디인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했다. 고영주 제주해경 항공단 B-513호 기장 역시 123정이 OSC라는 사실을 전달받은 바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요컨대 OSC로 지정된 123정 승조원들은 물론이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인력들 조차 현장지휘권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오히려 이들 헬기 조종사들이, 서해해경청이 현장 지휘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왼쪽부터)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이 15일 열린 세월호 특조위 2일차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들은 중요한 질문들에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이준석 선장 등에 책임을 미루고, 너무 빠른 침몰이어서 어쩔수 없었다고 대답해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씨는 감사원 감사 당시 “목포해경 상황실로부터 TRS(해경 본청과 서해해경청, 목포해경 등이 상황을 공유하고 구조세력을 지휘하는 주파수공용무선통신)를 통해 123정을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가 내려왔다”고 진술했지만, 현재 공개된 TRS 녹취록엔 그런 내용이 없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 청문회에서 자신이 OSC가 맞다고 진술했다. 누구로부터 어떤 채널로 OSC 지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정상적 상황에서라면 구조 지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TRS에 9시48분에야 처음 등장한다. 김수현 청장은, 세월호가 “잠시 후 침몰함” “승객 절반 이상이 못 나온다”는 보고가 TRS로 올라온 후에도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서해해경청장의 지시는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해경 본청은 구조 보다는 해경청장 의전에 신경을 쓴 정황이 드러났다. 세월호가 침몰해가던 9시54분경 본청 경비계장은 인천서 회전익항공대와 통화를 했다. 회전익항공대는 당시 구조임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경 본청은 “일단은 이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청장님이랑 타고 나가실 수도 있다”고 요구했고, 회전익항공대가 “저희가 직접 구조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하라는 겁니까?”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해경 본청이 9시39분 경찰청(육경)의 구조 지원 의사를 거절한 부분도 녹취록이 공개되며 도마에 올랐다. 해경은 “현재 침몰된 상황이 급박한거냐?”는 경찰청의 질문에 “현재 지키고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답했고 “저희 육경에서 도와드릴거 없느냐?”는 질문에도 “우리가 다 했다”며 도움을 거절했다. 김진 특조위원은 “(해경)청장이 모르는 상황에서 육경에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게 (청장에)보고없이 가능하냐?”고 추궁했다. 김 청장은 관련해서 ‘조사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 두 증인을 포함한 해경 지휘부는 세월호 참사 구조실패와 관련해 전원 면죄부를 받았다. 목포해양경찰서장이 강등 처분을 받는 등 대부분 경징계에 그쳤고 김수현 서해해경청장만이 감사원 요구보다 무거운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역시 형사처벌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김석균 전 청장은 경남 하동에서 정계입문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의 녹취록 조작 여부도 쟁점이 됐다.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에 제출된 TRS 녹취록은 2가지이며, 해경이 이들 녹취록을 제출할 때 조작한 내용을 일치시키지 않음으로써 해경의 녹취록 조작이 드러난바 있다. 해경은 9시18분경 ‘승객이 배 안에 있다’는 등 해경에 불리한 통화내용을 TRS 녹취록에서 삭제하고 제출한 것이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녹취록의 고의적인 조작을 추궁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경 증인들의 불성실 답변에 유족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해경 관계자들은 “진술했지만 기억이 안 난다”, “여러 업무를 하다보니 생각이 안난다”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답변을 피해갔다. 14일 청문회에선 승객 20여명을 구해 ‘파란바지의 의인’으로 알려진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씨가 이같은 진술에 격분해 자해를 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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