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사건과 관련해 사건 피의자 동생이 국정원의 폭행과 강압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고소당한 뉴스타파 PD에 대해 검찰이 2년 여 만에 무혐의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국정원 직원들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최승호 뉴스타파 PD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에 대해 지난 7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14일 당사자들에 통보했다. 서부지검 형사5부는 공안사건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직원들이 최 PD와 김 대표를 고소하면서 문제삼은 것은 지난 2013년 8월 뉴스타파가 제작한 ‘자백이야기’ 편으로,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구속됐던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가 폭행과 강압에 의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폭행하거나 고문, 강압을 한 일이 없으며, 자신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방송됐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의 ‘자백이야기’ 편은 유우성씨의 간첩증거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항소심 재판 이전에 제작됐다. 이 때문에 뉴스타파는 △이 당시 유일한 증거였던 유가려씨의 자백이 국정원 직원들(‘대머리 수사관, 아줌마 수사관, 삼촌 수사관’)의 폭행과 회유에 의한 허위자백이며 △국정원과 검찰이 제시한 2012년 1월 22일 유우성씨의 북한 촬영 사진(아이폰)이 분석결과 중국 연길에서 촬영한 사진이고 △아이폰에서 복원된 다른 사진들도 중국 노래방에서 촬영된 사진들이라는 내용을 폭로했다. 증인으로 나오는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해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도 방송에 담겼다. 유우성씨는 1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지난 10월 29일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탈북자가 아니라 화교였다는 점만 유죄였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 사진=뉴스타파 '자백이야기' 영상 갈무리
 

국정원 직원들이 이 같은 방송을 본 뒤 한달 여 만인 2013년 9월 방송을 제작한 최승호 PD와 기획한 김용진 대표를 (가명으로) 고소했으나 2년 동안 계속 끌다가 이제야 처분했다. 서울 서부지검은 그해 연말 최 PD에 피고소인(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요구서까지 발송했으나 변호인단이 시간을 달라고 하자 지금까지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최 PD는 전했다. 

최승호 PD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나가고 난 뒤 국정원은 형사 고소 뿐 아니라 민사소송도 제기했으나 이미 지난해에 기각 판결이 나온 뒤 확정됐다”며 “그런데도 왜 처분을 하지 않느냐, 피고소인 신분으로 놓아두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서울 서부지검 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 PD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행위”라며 “2013년 말 출석하라고 요구서까지 보냈는데 우리 변호인단이 검사에게 ‘시간달라, 의논해보겠다’고 한 뒤 아무 얘기가 없었다. 그것만 봐도 겁박용”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국정원의 고소와 검찰 수사에 대해 “미운털 박힌 쪽 사람들에게는 쉽게 안넘어가겠다는 뜻”이라며 “또한 제대로 된 보도하기 어렵도록 겁박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 정보기관이 언론사에 고소해놓으면 해당 기관에 대해 보도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계속 보도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국정원이 뉴스타파 외에도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한겨레 기자들에도 고소 또는 소송을 남발했지만 대부분 패소한 것을 들어 “뻔히 자신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아니라고 고소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진실된 태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명백하게 간첩조작이 밝혀졌는데,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그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8월 인터넷 뉴스타파에 방송된 '자백이야기' 영상 갈무리
 

이에 대해 검찰은 다른 소송(민사소송) 결과 등을 감안해 무혐의처분했으며, 다른 사건 처리 등 사유로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흥락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다른 소송사건도 있고, (예를 들어) 민사소송은 기각됐다”며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원만하게 처리한다는 취지로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공안담당인 형사5부에서 맡은 것에 대해 이 검사는 “공안사건으로 처리했다기 보다 뉴스타파와 같이 언론에 알려진 매체에 대한 사건은 형사부 보다는 공안부에서 많이 담당하곤 한다”며 “사건처리 검사가 공안담당 검사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소송 남발에 동조해 수사가 길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검사는 “그런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소인(국정원 직원들)이 항고를 할 가능성에 대해 이 검사는 “항고는 처분 30일 이전에 하면 되는데,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비율이 작다”며 “결과가 크게 변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15일 대변인실을 통해 “특별히 밝힐 것이 없다”고 밝혔다.

   
최승호 뉴스타파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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