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가 지난 11일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했다. 7년 가까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복직투쟁이 맺은 결실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로 인해 쌍용차지부가 앞으로의 교섭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홍봉석 기업노조위원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은 지난 11일 오후 3자 대표교섭을 통해 ▲해고자 중 복직 희망자 2017년 상반기까지 순차적 복직 노력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복직대기자와 희생자 유가족 생계지원금 15억 원 조성 ▲비정규직 해고자 6명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 등 4대 의제에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노사는 올해 1월부터 4대 의제에 대한 교섭을 진행해왔다. 

현재 해고자 중 복직희망자 150여 명은 신규채용 형태로 순차적으로 복직될 예정이다. 신규채용 대상은 해고자로 한정하지 않았고 해고자·희망퇴직자·해고자 및 희망퇴직자 자녀가 각각 30%·30%·40%의 비율로 채용된다.

쌍용자동차는 쌍용차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33억여 원의 손배‧가압류를 철회하고 해고자 복직 시까지 해고자 187명과 희생자 28명의 유가족에 대한 생계지원 기금 15억 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측이 12억5천만 원을 출연하고 나머지 2억5천만 원은 기업노조와 쌍용차지부가 공동출연키로 했다.

이 밖에도 회사는 비정규직 해고자 중 6명을 신규 채용 할 것을 약속했고 시기는 내년 2월 초로 알려졌다.

   
▲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 이 올해 1월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쌍용차지부는 본 4대 의제 타결을 위해 올해만 45일의 단식농성과 101일의 고공농성을 진행해왔다. 김득중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대표교섭에서 직접 풀기 위해 지난 8월31일부터 10월14일까지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다.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택공장 앞 70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5월22일부터 시작된 쌍용자동차지부의 복직투쟁은 7년이 다 돼가는 지금 마무리 순서를 밟을 것으로 보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질적인 내용을 명시한 부속합의문에는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 1월 신규채용 40명이 예정된 것으로 안다. 해고노동자는 12명이 채용되는 수준”이라면서 “모두 복직을 시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복직에 노력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쌍용차지부 총회에서도 조합원 간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해고노동자에 따르면,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회사가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조합원이 잠정합의문에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7년을 싸운 사람들이다. 만족스럽지 못한다 한들 싸움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현실적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철회에서도 남은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총 47여억 원 중 사측이 제기한 33억만 철회된 것으로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외 아직 말 못 할 문제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원은 “실상 희망기금도 큰 액수가 아니다. 한 달에 한 사람에게 30만 원 씩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 지난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사진=미디어오늘 제휴사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노동당은 14일 성명을 내 “8년 동안의 긴 투쟁의 결과로 복직의 가능성이 열린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쌍용차 사태’는 목숨을 건 투쟁의 승리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잠정합의안의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진전되어야 하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 불린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22일, ‘77일 옥쇄파업’이라 불리는 공장 점거를 시작했다. 2009년 8월 이들의 옥쇄파업을 진압했던 잔혹한 공권력이 큰 문제가 됐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지난 11일까지 총 2395일 동안 복직을 내걸고 싸워왔다. 옥쇄파업 이후 2011년 희망텐트부터 2012년 서울 대한문 앞 천막 농성, 수차례의 단식농성 및 법정투쟁, 2015년 인도원정투쟁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거쳐온 고공농성만 3차례이며 총 일수는 358일이다. 7년여간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가족 등 28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