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고공농성 투쟁장이 한 곳 더 늘어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및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는 지난 10일 새벽 서울 금천구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 구로공장 옥상에 철탑을 세우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구자현 남부지역지회장과 신애자 분회장이 △공장폐쇄 분쇄 △민주노조 사수 △생존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16m 고공에 올랐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9월15일 하이텍 분회에 현 구로공장 부지 매각 사실과 공장 이전 지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한 단체교섭이 결렬되며 하이텍 분회는 지난 2개월여 간 공장부지 내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해왔다.

분회는 이번 사측의 부지 매각을 정리해고의 마지막 순서이자 공장폐쇄 및 민주노조 파괴의 목적으로 보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18여 년 동안 한국 생산공장을 정리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지속적으로 단행해왔다. 분회는 1996년 회사가 필리핀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때를 기점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2002년부터 조합원 감시용 CCTV 설치, 직장폐쇄, 용역 고용, 부당해고 등으로 정리해고에 반대한 노조를 본격적으로 탄압했다.

   
▲ 서울 금천구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구로공장 옥상에 설치된 고공농성 철탑. (사진=손가영 기자)
 

이후 회사는 2007년 구로공장 생산라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에이치엔드엠프로덕션’이라는 독립 법인을 세워 생산 사업 부문을 분할시켰다. 강제 전적을 거부한 조합원 13명은 회사로부터 무기한 휴업 통보를 받았고 전적에 동의한 비조합원들은 모두 1년 후인 2008년 12월 정리해고됐다. 조합원 13명은 2009년 1월에 모두 원직복직됐고 2011년 임금단체협상이 체결되며 2002년부터 시작된 10년 투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2014년 2월 구로공장 부지 매각과 생산공장 이전을 다시 분회에 통보해왔다. 이후 2015년 9월 분회에 매각 완료 사실을 알렸으며 12월로 공장 부지 내 임대업체들에게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분회 조합원인 김혜진 남부지역부지회장은 “지난 18년 동안 노조 파괴를 끊임없이 자행해왔고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시도해온 것을 볼 때 지금 매각도 똑같은 순서로 보인다”며 “이전될 사무실의 실평수는 37평으로 지금 구로공장이 70평인 것에 비춰보면 그 의도(정리해고)가 더 드러난다”고 밝혔다.

   
▲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 조합원 및 남부지역지회 조합원들은 매일 오전 8시 구로공장 입구에서 선전전을 연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 부지회장은 “하이텍 노동자들은 60년대부터 청춘을 바쳐 실질적으로 회사 발전을 이끌어 왔다. 실제로 분회는 회사와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고 약속도 했다. 공장폐쇄는 그런 우리는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겠다는 것”이라면서 “이익을 (우리에게) 더 배분해라는 요구는 해본 적 없다. 여기에서 노조를 지키고 해고당하지 않고 평생 일하면서 생활하겠다는 단순한 요구를 한 것일 뿐이다. 끝까지 싸워서 지킬 것”이라 말했다.

1998년에 68명이던 조합원은 권고사직 시기를 거치며 46명으로 줄어들었고, 결혼, 자연퇴직, 노조탄압 등으로 서서히 줄어들어 2002년 19명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현재는 조합원 7명과 남부지역지회 200여 명이 함께 공동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공장도 준비해놨는데 일을 와서 안 하는 것”이라며 “정리해고와 공장폐쇄를 할 의도가 없다. 공장을 계속 유지시켜 가동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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