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서프라이즈 대표)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검찰 기소 후 1심 재판을 시작한지 5년3개월여 만인 7일 모든 변론을 종결했다. 신상철 대표와 변호인단은 각각 최후진술과 최후변론에서 지난 5년여의 재판에 대해 검찰과 군이 북한어뢰폭발설 입증에 실패한 5년이었다고 밝혔다.

검 “공적 조사에 불신, 국론분열 초래…엄정처벌해야”

조민호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이날 열린 신상철 대표의 명예훼손 사건 결심공판에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 검사는 “공공의 이익 보다는 정부합조단과 국방부, 해군 소속 군인 비방을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라며 “피해가 중대하며, 공적 조사에 대한 불신과 국론분열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최행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는 “사실확인이 가능함에도 확인없이 인터넷 검색결과를 근거로 지속적으로 적시하고, 피해자를 특정했으며, 악의적인 표현을 사용해 주요 부분에는 허위로 기재해 비방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아니다, 폭발아니다” 근거는?

그러나 검찰은 신 대표가 허위라면서 허위인 이유에 대한 반증이 모호한 주장을 내놓거나 ‘신상철=비전문가, 합조단=전문가’라는 비전문가론을 펼치기도 했다. 최행관 검사는 그 예로 천안함을 초계함이라는 뜻의 ‘corvette’이라는 용어 대신 ‘Frigate(호위함)’이라 쓴 과거 프리젠테이션 속 일부 문구까지 제시했다. 또한 신 대표가 해군 전남함 2년 승선경험도 구축함이나 초계함과 다르므로 해군 전문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어뢰설계도와 실제 1번어뢰 추진체. 사진=합조단 보고서
 

이 같은 비판은 4년전 천안함 1주기 때 조선일보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 등 의혹을 제기하는 학자·전문가 집단을 ‘비전문가’ 딱지를 붙여 공격했던 것과 흡사했다.

또한 ‘내장재에 불탄 흔적이 없는 등 폭발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신 대표의 주장에 대해 최 검사는 “어뢰에 의한 비접촉 폭발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며 “버블에 의한 폭발시 화염은 열손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손상이 없다는 것이 곧바로 수중폭발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TNT 290kg 규모 어뢰의 수중폭발 실험을 한 호주 토렌스함의 절단면과 천안함 절단면이 유사하다고도 최 검사는 주장했다. 천안함 함미 상부갑판은 평평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폭발이 아니라는 신상철 대표의 주장에 대해 최 검사는 “어뢰 비접촉 폭발을 알지 못한채 한 주장”이라며 “절단면에 나타난 취성 파괴와, 전단파괴의 형태는 전형적 폭발로 나타난 절단형태”라고 주장했다. 

조민호 검사는 ‘생존자 구출을 원치 않았다’, ‘황급히 단속에 나서고 입막음에도 성공’, ‘조사 받을 사람이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형국’, ‘군은 거짓말을 하면서 피해가려 한다’, ‘김태영 국방장관을 증거인멸죄로 고발하겠다’ 등 신 대표 글의 일부 표현을 제시했다.

이강훈 변호사 “수중폭발 입증 실패, 그러므로 무죄”

신 대표 법률대리인인 이강훈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지난 5년 넘게 재판하는 동안 검찰이 북한어뢰의 수중폭발이라는 정부 발표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증거조사를 통해 북한 어뢰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절단돼 침몰했다는 것과, 피고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므로 무죄”라고 밝혔다.

   
호주 토렌스함이 어뢰폭발 실험을 통해 침몰하는 장면. 천안함엔 물기둥 본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사진=윤덕용 전 합조단장의 법정제출 자료 갈무리
 
   
2010년 7월 촬영된 천안함 함미 손상부위.
@연합뉴스
 

어뢰크기~시뮬레이션 모두 어뢰폭발 부정

이 변호사는 △어뢰설계도가 불명확하며, 1번어뢰 추진체의 실측크기와 설계도상의 크기가 불일치 △백색물질 조사 불완전, 스스로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합조단 △물기둥 목격자의 부재 △야간에 어뢰 폭발시 반드시 나타나야할 수면 아래 섬광 목격자 부재 △사망자와 생존자 상처가 경미한 점을 들었다. 

또한 이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한 생존자의 증언을 들어 △폭발원점에 있던 생존자(김수길 전탐장)의 ‘쿵할 때 동급 함정에 부딪히는 느낌’이라는 증언 △골절은 있으나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으며 익사 외 특별한 소견이 없다는 군의관 및 의무대장의 증언 △함수 절단면의 충격흡수 설계 형광등의 존재 △청각장애 생존자 부재 △화약냄새 맡은 생존자 전무 등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폭발 시뮬레이션시 최소 2.67m 떠올라야 하나 절단면 근접지대에 있던 김기택 음탐사도 ‘의자에 엉덩이가 붙어있었다’고 증언한 점은 수중폭발이 모순임을 드러낸 반증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밖에도 이 변호사는 합조단이 보고서에 폭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함수함미 절단 과정을 수록했으나 끊어진 부분을 묘사하지 못한 점을 들어 “과학을 잘 모르는 국민에게 과학자가 한 것이니 믿으라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천안함 사건 공론의 장으로 열려야…표현의 자유 질식”

또한 이 변호사는 군과 정부 대응 자체가 국민의 불신을 낳았으며 신 대표의 좌초후 충돌설과 정부의 어뢰폭발설을 나란히 비교하는 것이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수 갑판 쪽에 붙어있는 형광등. 사진=조현호 기자
 

이 변호사는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글과 비판이지, 천안함 소속부대원, 합조단 간부, 국방부 인사 등의 자연인을 거론한 일이 없다”며 “김태영 김성찬과 같은 개인이 아니라 국방장관 해군참모총장으로서의 정부조직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족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것은 사고원인이 A가 아니라 B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교통사고냐 북한어뢰냐는 것이 대체 명예훼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은 공론의 장으로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며 “정부 발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질식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상철 “‘입막음 시도 있었다’가 허위? 핸드폰 수거한 건 뭔가”

이와 함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검사가 구형하면서 내세운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입막음 시도가 있었다는 지적이 허위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신 대표는 “(최원일 함장이 생존장병에게) 핸드폰을 수거하고 외부인과 인터뷰하지 말라고 증인이 출석해 증언했는데, 이것이 입막음 시도가 아니면 무엇이 입막음인가”라고 반문했다. 

합조단 회의에 한 번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신 대표는 “문병옥 준장(합조단 대변인)과 약속을 했다”며 “소수의견이라도 낼 수 있도록 보장했다면 5월20일 최종 발표 자리에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의제기하자마자 고소고발하는 등 배제하려했는데 어떻게 더 갈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분석한 천안함 흡착물질 성분. 사진=법정 제출자료 갈무리
 
   
천안함 승조원 위치를 기재한 합조단 보고서의 그림.
 

“나 때문에 천안함 정부발표 신뢰가 줄었다? 합리적 주장했다는 증거”

신 대표는 검찰이 2010년 천안함 정부발표 신뢰도가 47%에서 2015년 39%로 줄어들었다고 제시하면서 ‘공적 조사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내게는 감사한 데이터”라며 “정말로 저 때문에 신뢰가 떨어졌다면 그동안 제가 천안함의 진실을 펼치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 선동이 아니라, 그만큼 합리적으로 주장을 펼쳤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철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016년 1월25일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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