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사건 무죄구형 등 소신 업무를 펴다 검사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괘씸죄 논란에 휩싸인 임은정 의정부지검 공판부 검사가 국민들을 버려두고 도망치지 않겠다며 굳세게 버티겠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세월호 다큐 ‘나쁜 나라’를 본 뒤 이 같은 심정을 내놓았다. 그는 “세월호 다큐인 나쁜 나라를 보고 그새 마음에 달려 있던 노란리본이 어느새 가방에만 매달려있었구나 싶어 아이들에게 아주 많이 미안했다”며 자신이 있는 곳에 대해 “여기는 오천만 국민이 승선한 세월호. 저는 공무원이니 선원이겠지요. 승객들을 버려두고 도망치지 않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임 검사는 “몸무게가 상당하니 거센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을듯 하다”며 “그날 무죄구형을 하지도 못하고 끌려갈까봐 공판검사석을 꽉 붙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굳세게 제 자리 붙잡고 있다”고 썼다.

한편, 임 검사는 무죄구형을 하게 된 경위를 두고 어떤 기자가 질문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때 모기자가 묻더군요.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무죄구형을 의논했었다고 하던데 언제 만났느냐? 어떻게 민정당 소속 전 국회부의장의 무죄구형을 민주당 의원들과 협의할거라고 추측할 수 있는지... 의아함은 차치하고, 많이 화나고 많이 속상했습니다. 검사를 정치모리배로 아는게 아닌가 싶어 화나고 우리 검찰이 그렇게들 보이나보다 싶어 서글프데요.”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 사진=임은정 페이스북
 

그는 “누명이라면, 오해하는 사람들의 돌팔매를 대신 맞아 유착관계냐, 돈 받았냐... 그리 누명을 쓰더라고 그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 검사라고 배웠다”며 “일에 지칠 때면 이 정도도 많이 고민한 것이라고 스스로와 타협하며 게을러질 때가 적지 않지만, 늘 고민하며 검사답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저를 걱정해 주시는 페친님들 덕분에 덜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가 이렇게 쓴 페북글에 링크를 걸어둔 서울신문 문소영 사회2부장의 8일자 칼럼([데스크 시각] 윤길중 전 국회부의장과 임은정 검사) 내용도 관심을 끌었다. 임 검사가 무죄구형을 했던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에 대한 정치인생이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문소영 부장은 “‘공안 검찰의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온통 붉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임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한 윤길중이란 인물은 ‘종북 빨갱이’가 아니라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민자당 국회의원이자 민정당 몫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라며 “다스 베이더의 ‘내가 네 아비다’라는 확인이 필요한 시절인가”라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