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자가 보수단체의 집회를 취재하다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일보 23기 하상윤 수습기자는 지난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맞불집회 성격으로 열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보수집회를 취재하다가 군복을 입은 한 남성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발길질 이후에 다른 참가자들이 몰려와 하 기자의 목에 걸린 기자증을 강제로 빼았고, 이 과정에서 하 기자는 손가락이 찢겨 피가 나는 등 상처를 입었다. 

이날 열린 보수단체 집회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의 주최로 열렸으며, 이 집회에서는 제2차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불법 폭력 시위, 이제 그만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세계일보 경찰팀 측은 경우회에 공식 사과를 요청한 상태다. 

   
▲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와 같은 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재향경우회가 주최하는 집회가 열렸다.
ⓒ노컷뉴스
 

세계일보는 이 사건을 ‘현장메모’ 형태의 기사로 보도했다. 세계일보의 '취재기자의 폭력…안하무인 ‘경우회’(12월6일자)‘ 기사에는 “답변을 받아 적고 있던 하 기자에게 갑자기 발길질이 날아들었다”며 “군복을 입은 참가자가 ”여기서 뭘 하는 거냐“며 소리를 치며 기자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하 기자가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거짓말”이라며 다른 참가자와 함께 하 기자의 목에 걸린 기자증을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전했다. 

하상윤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취재하러 동기들과 구역을 나눴는데 내 경우는 동화면세점 주변 구역을 맡게 돼 보수집회를 취재하게 됐다”며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들이 마스크까지 쓰고 웅크리고 계시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해 말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 기자는 “‘춥지 않으시냐’, ‘어떤 경로로 참석하게 되셨느냐’고 물어보는 중에 갑자기 뒤쪽에서 누가 오른쪽 엉덩이를 찼고, 주변 할아버지들께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으나 오히려 다른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팔을 잡고, 목에서 기자증을 강제로 가져가서 그걸 돌려봤다”며 “맹목적이고 말도 안 되는 폭력성에 대해 지금도 정리가 안 되고 무서운 감정이 든다”고 밝혔다. 

현재 하 기자가 속한 세계일보 경찰팀 측은 경우회 측에 공식 사과를 요청한 상태다. 세계일보 경찰팀 측은 “경우회의 사과 여부에 따라서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우회는 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폭행을 행사한 사람이 ‘군복을 입은 사람’이라고 나오는데, 퇴직 경찰관은 군복을 안 입는다”며 “지나가던 사람이거나 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 그랬던 것이지 경우회 회원이 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경우회 측은 “경우회 주관 행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는 주최 차원에서 도의적인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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