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사건의 무죄구형과 성추행 검사에 대한 처리결과를 비판하는 등 소신껏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가 검사적격심사 대상에 올라 또다시 검사 찍어내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임은정 검사와 대검찰청 및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임 검사를 검사적격심사 대상 7명 중의 한 명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로서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의심받아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되었네요”라며 “(지난)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구형한 후 동료로부터 법무부 모 간부가 격노하여 적격심사 몆 년 남았냐고 하더라는 말을 전해듣고 검사징계법이 아니라 적격심사기간을 찾아보았다가 2년밖에 안 남은 걸 확인하고 망연자실했었지요”라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 사진=임은정 페이스북
 

임 검사는 “글쎄요...검사로서의 직무수행능력이 뭘까요”라며 “진범이라면 책임을 묻고 누명이라면 그 누명을 벗겨주는게 검사의 의무라고 배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뭐 속이 안 상한건 아닌데 의연하게 대응하겠습니다”라며 “저는 권력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검사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의 민청학련 재심사건과 그해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 구형’을 했다. ‘백지 구형(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는 구형)’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임 검사는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까지 모두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임 검사는 지난해 1월 검찰 내부 인트라넷에 여기자 성추행을 한 이진한 검사에 경고처분이 나온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최근 검찰시민위원회의 이 검사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임 검사는 지난달 26일 “검찰시민위원회는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투고 증거가 배심원들에게 제시되는 국민참여재판과는 달리 사건처리방향을 정한 검사가 일방적으로 사건을 요약, 설명하는 것이라 비난 회피용이나 면피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건이 그렇지 않았기를 바랍니다만 2년여간 이 사건 처리결과를 기다려온 많은 분들께 면피용 검찰시민위원회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라고 우려했다.임 검사는 몇 달 전에도 이 같은 검사적격심사를 통한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 7월 8일 페이스북에서 “외압은 결재선을 타고 내압으로 바뀌기 마련인데 적격심사 강화로 검사의 신분을 약화시킨다면 검사들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지겠지요”라며 “검찰의 정화가 아니라 검찰의 추락을 가속화시킬듯하여 근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최근 임은정 검사를 비롯한 6명의 검사를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렸다고 지난 3일 첫 보도를 했다. 검찰청법 제39조에 따르면, 법무부가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사가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그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고, 법무 장관은 퇴직건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 퇴직명령을 제청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2004년 도입된 이 법에 따라 퇴직을 ‘당한’ 검사는 한 명 뿐이며, 그 역시 취소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곧 임 검사가 최근 7년간 일했던 서울중앙지검·창원지검·의정부지검에서 맡았던 업무에 대해 특별사무감사를 벌여 수사·공판을 진행하는 중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임 검사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 페이스북.
 

박 의원은 “아무리 검찰은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을 갖고 있다 해도 한 사람의 검사로서의 법적 판단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며 “(과거사 재심사건) 송무를 담당하는 검사로서 권한에 의거해 구형한 것이지 상부 지시에 의거해 구형하면 왜 검사가 존재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상부에서 지시한 것만 해야 하고, 검사가 소신껏 구형한 것에 대해서는 징계처분에다 인사불이익까지 주는 것도 모자라, 재임용 심사 대상까지 올리는 것은 검사 스스로 준사법기관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소신껏 역할을 한 데 대한 보복적 조치라는 점을 들어 “유신검찰의 부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 잘못된 검찰의 법집행으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고 있느냐. 이것이 상명하복 검찰에서 지배한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다시 이를 반복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신뢰를 져버리는 일”이라며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7일 열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이 문제의 경위와 문제점을 따질 것이라고 박 의원은 전했다. 전후사정에 대해 박 의원은 “(알아보고 있으며 경위에 대해서) 이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며 “(대검이나 법무부에서) ‘검사의 능력 운운’하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환섭 대검찰청 대변인은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임 검사 건에 대해) 우리가 공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사적격심사는) 법무부가 주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하등의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다만 인사와 조직은 법무부 담당이며, 검사적격심사위원회는 7년에 한 번 씩 모든 검사가 다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은 여러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에도 연결이 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임 검사는 의정부지검 공판부 소속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9월7일자로 휴직을 한 상태라고 의정부지검 당직자가 4일 저녁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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