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단장 이정일)이 3일 출범했다. 조사단은 한 농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던 경찰 진압에 대한 피해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은 출석요구서 남발, 불법체포, 과도한 탐문수사 등 이후 벌어진 경찰의 ‘막무가내’ 수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3일 오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경찰 폭력 중단, 평화집회 보장 국가폭력 조사단 출범 기자회견 및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조사단 단장은 경찰의 진압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처한 백남기씨의 고소·고발 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가 맡았고 공권력감시대응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각계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조사단의 활동목표는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발생한 피해 조사 △인권침해의 책임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폭력 고발 등이다.

   
▲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이 3일 오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경찰 폭력 중단, 평화집회 보장 국가폭력 조사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국가폭력 조사단)
 

조사단은 경찰의 사전 대응부터 후속 대응까지 총체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단은 집회를 범죄로 취급하고 시민을 적으로 규정한 ‘갑호비상령’의 정당성을 분석하고 차벽 설치, 집회 해산절차, 물포 사용 등 진압작전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을 향한 ‘살인진압’ 상황도 규명하고, 무분별한 소환장 발송, 손해배상 소송 공언, 복면금지법 발의 등 ‘집회 참여자 소탕 작전’으로 보이는 후속 대응의 정당서도 따져볼 계획이다. 물포·캡사이신 등 진압 수단이 신체·정신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 대상이다.

조사단은 인권침해 재발방지의 일환으로 오는 5일 ‘민중총궐기에서 평화로운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경찰력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이들은 △집회의 자유 보장은 국가의 의무임을 확인 △차벽·물포 사용 및 유색물감 살포 중단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집회 참가자 해산·연행 불가 △경찰 식별표식 부착 등을 주장했다.

집회 당일 경찰의 진압 수준은 ‘폭력적’이다 못해 살인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단거리 물포를 직사로 맞고 뇌출혈을 일으켜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다. 물포는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물포의 세기나 발사 거리가 엄밀히 제한될 필요가 있다. 2008년까지 경찰의 살수차 사용 지침엔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하여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었다.

   
▲ 11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보성지역 농민 백아무개씨와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 밖에도 경찰은 유해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최루액 PAVA를 물포에 섞었다. 경찰은 살수 대응에 물 18만 2100ℓ(182t), 물에 섞는 최루액인 PAVA 441ℓ, 살수차용 색소 120ℓ, 캡사이신 651ℓ 등을 사용했다. 지난 4월18일에 사용된 물 3만 3,200ℓ, PAVA 30ℓ보다 각각 5.5배, 14.7배 많은 양이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단은 △민중총궐기 불참자에 출석요구서 발송 △집·학교 방문 및 가족에게 출석요구 통보 △과도한 정보수집 △불법 체포 △출석요구서 남발 등을 지적했다.

알바노조 인천지부 준비위원장인 이경호씨, 정의당 대전시당 홍보국장 홍진원씨, 단양군 친농연 사무국장 유문철씨 등은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석 건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심지어 유씨는 경찰이 집으로 두 차례나 찾아와 채증사진이 있다며 집회 참가 여부를 물었다.

충북 예산에 사는 김수로씨는 체포영장을 가지고 온 경찰에 의해 귀가하던 길에 체포됐다. 경찰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다”고 체포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출석요구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김씨에겐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태다.

이 밖에도 경찰은 일부 민중총궐기 참가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 출석 요구를 알리거나 재학 중인 학교를 찾아가 연락처를 묻는 등 지나친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참가단체에 ‘성명불상’의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다수 보낸 것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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