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씨(21)는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경 귀가하는 도중 경찰에게 체포를 당했다. 김씨가 내렸던 버스 정류장에는 예산경찰서 경찰 4명이 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체포를 거부하는 김씨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이송했다. 김씨가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집회시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민중총궐기 참가자를 향한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참가자의 학교·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사진작가에게까지 출석요구를 통보하는 등 참가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가운데, 경찰이 2차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표적수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김씨의 집을 찾아가 당시 집에 있던 김씨의 어머니에게 김씨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안 김씨는 당일 경찰에게 전화했고 경찰은 “소환조사를 하려고 한다. 거주지 확인을 위해 집을 찾아갔다”고 밝혔다. 김씨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5일 후 체포영장에 따라 경찰의 체포가 이뤄졌다.

   
▲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씨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다른 집회 참가 건으로 출석요구서를 받은 적은 있지만, 민중총궐기와 관련해선 출석요구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설마 (집회 건으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겠다 말했다 해서 체포영장이 나올까 싶었는데 영장이 나와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날이 갈수록 집회참가자들의 발을 묶어버리려는 탄압이 심해진다. 12월5일을 염려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예산경찰서 관계자는 김수로씨의 체포와 관련하여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의 법 위반에 대한 것이 맞고, 체포는 체포영장과 정당한 법 집행인에 의해 이뤄졌다”며 “구체적인 체포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중총궐기 참가자 조은별씨(21)와 김한률씨(18)도 “경찰이 가족을 막무가내로 찾아가는 등 압박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작가 이아무개씨(45)도 “작가활동으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달 24일 어머니로부터 “집에 건장한 사내 둘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데 겁이 나서 열어주지 않았다”는 애길 전해 들었다. 대구 중부경찰서의 경찰 두 명이 23일, 24일 두 차례 호적상 주소인 조씨의 부모님 집을 찾아간 것이다. 조씨는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민중총궐기 참여에 대한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출석요구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김한률씨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찾아가 김씨를 찾았고, 하교 후라 김씨를 찾지 못하자 학교로부터 부모님 연락처를 받아 집을 찾아간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당일 저녁 집을 찾아온 경찰 2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라 요구했고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은 돌아갔다.

   
▲ 지난 1일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10대 20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조직적 인권침해" 기자회견. (사진=청년좌파)
 

경찰의 이와 같은 수사에 대해 조씨는 “집회참가자 13만 명 중 한 명일 뿐이고 쇠파이프를 들거나 버스 유리를 깬 것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가족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걱정에 어머니 연락을 받은 날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다”고 밝혔다. 김한률씨는 “(나에게) 최소한 통보조차 하지 않고 출석요구서도 보내지 않았다”며 “내가 긴급히 체포가 필요한 중범죄자도 아니었고, 구체적인 혐의마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를 들쑤시고 집까지 찾아온다는 행위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모욕적인 행위였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이아무개씨는 지난 2일 부산 남부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 전화를 받았다. 경찰은 “14일 민중총궐기 가 계셨죠?”라고 물은 뒤 “일반교통방해 건과 (집회·시위) 해산명령불응 건으로 경찰서에 와 주셔야겠다”고 요구했고 오는 5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하는지 여부도 물었다. 이씨는 이에 대해 “기자나 사진가에게 기록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일반적 관례로 5년 작가생활 동안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경찰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향한 ‘마구잡이식’ 수사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송영섭 변호사는 “(경찰이) 현장에서 신원확인된 사람 전원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해서 소환장이 남발되고 있고 (받은 사람은) 400명 정도로 파악한다. 9명에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9명 중 1명은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한상균 위원장 체포 시도를 제지했고 위원장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구속된 상태다. 같은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조합원도 있다. 송 변호사는 “노총 대표가 연행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상황에 대해 대단히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는 “경찰의 입장에선 범인을 잡기 위한 ‘탐문수사’라 하면 그만이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면서도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매우 이례적이고 과잉된 수사로, 치졸한 수사로도 보인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심리적인 위축 및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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