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 직전 급격한 변침을 한 원인을 두고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박한결 세월호 3등항해사의 조타미숙에 대한 혐의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세월호가 외력에 의한 충격(외부충격)으로 급변침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의 방향타에 의한 자체 변침설 외에 세월호가 외부의 무언가에 의한 충격 또는 밀림 현상에 의해 급격한 변침이 나타났다는 데이터 분석 자료가 법원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됐다. 급변침 과정에서 세월호가 최대 타각을 유지했다 해도 나타날 수 없는 항적의 변화가 데이터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애초 검찰(대검)은 지난해 10월 세월호의 침몰원인에 대해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3등항해사 박한결씨와 조타수 조준기씨에 대해 ‘조타미숙과 지휘감독 잘못’ 등 업무상과실에 의한 선박매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이 혐의는 무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2일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준기 조타수가 박한결 3등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정상적으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자신이 사용한 조타기의 타각보다 더 많은 각도의 타효가 발생하여 세월호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조타유압장치에 설치돼 있는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 안에 오일 찌꺼기(슬러지)가 끼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레노이드밸브란 ‘전기신호의 변화에 따라 밸브를 열고 닫아 유량을 조절하는 밸브’를 뜻한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세월호 항적이 세월호 건조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선회시험에서의 항적과 거의 일치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에 의해 타가 우현 최대 타각 위치까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며 “또한 한쪽 프로펠러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우선회할 가능성 등 세월호 조타기나 프로펠러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은 “박한결 3등항해사의 변침 지시 이후 조준기 조타수가 ‘어 안 돼!. 어.. 어.. 안 돼!’, ‘조타기가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는 세월호 기관장 박기호씨의 진술, “변침 지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피고인 조준기가 갑자기 ‘어. 타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박한결 항해사의 진술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조타를 통해 급변침하게 했다는 것이고, 법원은 조타가 아닌 기계적 비정상 작동에 의해 돌다가 침몰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가 정상 작동이든 비정상 작동이든 최대 타각 35도를 유지한 채 돌았다해도 진도VTS 레이더 영상 등 각종 데이터 대로 세월호 항적이 나타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의혹을 제기했다 기소된 IT 보안전문가인 김현승씨는 최근 진도VTS에서 공개한 레이더영상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법정에 제출했다. 김씨는 이 자료에서 항적좌표를 추출한 내역을 토대로 세월호 급변침시 순간회전반경과 선회반경을 일일이 계산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4월16일 오전 8시50분35초에 32.8미터의 순간회전반경을 나타냈으며, 8시50분54초엔 82.5미터, 8시51분10초엔 56.8미터, 8시51분24초엔 92.5미터의 회전반경이 측정됐다.

   
김현승씨가 법원과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변론자료.
 

또한 세월호가 135도 방향으로 이동중이던 8시50분32초부터 8시51분40초까지 선회한 구간 동안 나타난 최소선회반경은 70.9m(8시51분06초, 11.4노트)인 것으로 측정됐다고 김씨는 제시했다. 이 같은 최소선회반경은 146m짜리 세월호가 타각을 35도로 잡고, 최대한 우변침을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최소선회반경인 약 250~270m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데이터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세월호가 타를 35도까지(최대타각) 놓고 움직여도 이런 선회반경(70.9m)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김씨는 미 해군의 HMS Victory호(5500톤 규모)의 실험데이터와 선회율 공식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승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은 선원들의 조타 실수로, 법원은 기계적 결함으로 타(러더)가 35도까지 유지된채 급변침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진도VTS 레이더영상의 항적은 35도를 유지해도 나타날 수 없는 선회반경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는 세월호 조타 또는 타의 이상 등 자체적인 이유가 아닌 외부적인 힘이 작용했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진도VTS 데이터에 대해 김씨는 “지난해 6월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된 자료를 진도 VTS 업체인 ‘DCSC’가 복원해 유가족에 제공한 영상을 유가족으로부터 받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를 분석해보니 세월호에서 나올 수 없는 짧은 회전 반경과 선회반경의 항적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자료를 법정과 세월호 특조위에 각각 제출했으며, 검찰과 법원이 판단한 항적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나 외력설도 조사해달라는 신청이나 제보가 들어왔으므로 조사해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해군의 선회율 공식과 선회반경 실험데이터. 김현승씨가 법원과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변론자료.
 
   
세월호의 선회반경 데이터. 김현승씨가 법원과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변론자료.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직 무엇이 맞는지는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여러 가설에 대해서는 가능성의 문제로 본다”며 “피해자들이  (외력설에 관한 내용을) 신청해놓은 것도 있으며, 왜 침몰했는지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는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단계로, 신청이 들어온 (침몰원인 관련 주장들을) 다 모아서 검토한 뒤 첨부한 자료들을 검증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력설에 대해 박 변호사는 “세월호 선체 외벽의 손상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것이 콘테이너 박스에 의한 것인지 다른 그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선체를 인양해봐야 하며, 변침에 대해서도 제이자(J) 커브인지, 급변침인지, 변침의 연속인지 확인을 다 해봐야 한다”며 “외부충격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그 주체가 무엇인지는 특정할 수 없다. 그것이 외력설이라고 알고 있을 뿐 외력에 의한 것이 맞는지도 아직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한 관계자도 “그런 분석을 한 내용이 특조위에 제출됐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여러 가능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며 “선체를 인양하기 전까지는 아직 신빙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의 외력충격설에 대해 “기존의 정부 입장은 그 정도의 항적변화가 외력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외부충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분석하면서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선회반경 비교표. 김현승씨가 법원과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변론자료.
 

 

   
해경초계기 CN-35가 세월호 참사 현장을 촬영한 모습. 해경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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