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담긴 정보는 방대하다. 유해한 정보도 많다. 한국 정부는 이를 우려해 아동을 보호하려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에게 ‘자녀 감시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해 사이트를 차단한다. 

같은 고민을 했던 영국은 다른 해법을 내렸다. 통제하지 않고 공개해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분별력을 기를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런던정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미안 탐비니(Damian Tambini) 교수는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 자문위원 출신으로 영국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 그를 10월27일 런던정경대에서 만났다. 

   
▲ 대미안 탐비니 런던 정경대 교수. 사진=금준경 기자.
 

- 영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기술’, ‘비판적 인식’, 그리고 ‘직접적인 행동’이다. ‘기술’은 콘텐츠를 다루는 기술, 제작하는 기술을 기르면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디지털 사회는 기존 미디어 시장과 규제의 틀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 특히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리터러시를 가르친다. 또,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로서 주체가 돼야 한다. 어떤 모바일, 인터넷 업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 전체가 크게 좌우된다. 능동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 ‘보호’가 미디어 리터러시의 목적이라고 했는데, ‘규제’를 해야 보호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규제하지 말고, 교육하라’는 모토를 강조한 동료가 있다. 이용자들의 판단에 맡겨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어떤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 디지털 기업의 정책이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지 알아야 한다. 블로그, 민간이 운영하는 신문, 공영방송, 웹사이트, 검색엔진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의 차이를 이해하고,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위협요소를 스스로 이해해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 규제기관인 오프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전담하는 점이 독특하다. 
“같은 맥락이다. 원론적으로 봐도 규제는 보호를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보편적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오프콤과 같은 규제기관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규제하기가 힘들어졌다. 예를 들어 TV에서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프로그램을 특정 시간대에 방송하지 말라는 식으로 규제가 가능했지만 디지털환경에서는 무의미하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파악한 것이다.”

-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있나?
“비판적 읽기라는 건 단순히 메시지에 대한 비판적 수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식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모니터와 스크린 뒤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BBC의 보도내용만 볼 게 아니라 방송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사의 소유구조와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 안에 어떤 정치적인 영향이 미치는지, 경제적인 이해관계는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교육하나. 
“미디어 리터러시가 별개의 교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다른 과목과 연동되도록 권장해왔다. 특히, 시민의식 과목과 연동이 많이 됐는데 최근에는 디지털환경에 걸맞는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 내용이다.”

- 오프콤의 역할은?
“오프콤은 미디어 교육을 수행하는 다양한 민간기관들을 지원한다. 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돕는다. 지역정부와 학교에서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한다. 또, 수천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리터러시 스킬의 수준, 비판적 인식 정도 등을 설문을 통해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연례보고서를 만든다. 최근에는 프라이버시 침해,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한다.”

- 나라별로 주력하는 분야가 다른 것 같다. 프랑스는 신문 중심의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는데 영국은 영상매체 중심이다.
“영국과 프랑스에는 차이점이 있다. 영국의 신문사들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이었고, 시장에 더 많은 지배를 받았다. 반면 프랑스 정부는 신문들에 보조금을 지급했고, 감세혜택도 줬다. 프랑스 신문들이 청소년에게 무료로 신문을 배포할 수 있던 배경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방송규제기관인 오프콤이 있지만 신문을 규제하거나 관리하는 기관은 없다.”

- 한국 정부의 미디어 교육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에는 보수편향적 인사가 이사장을 맡아 비판받았다. 영국에서는 정치가 미디어 교육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 않는가?
“정치는 미디어에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다. BBC에 대한 수신료를 무기로 행해지는 정치적인 압력이 있다. 또, 교육 역시 정부가 관여하고자 한다. 현재 영국정부는 교육과정에 왕비, 애국심, 전쟁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교육자료를 만드는 데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은 중요하다. 현재 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힘을 보태기 위해 교육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영국도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미디어 교육에 현실정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다.

미디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기존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얼마나 비판적인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고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질문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건 교육의 본질이다.”

(이 기획취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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