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에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피자헛 매장 직원 3250여 명이 지난 9월 한꺼번에 퇴사했고 남은 530여 명도 오는 12월 집단 퇴사를 앞두고 있다. 전 매장 직원 3800여 명이 단 4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한국피자헛 유한회사는 “노사 간 충분한 합의에 따라 (퇴사가)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한국피자헛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와 다름없으며 제대로 된 협의도 없었다”며 반발했다.

‘반협박’으로 이루어진 ‘희망퇴직’

사태는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에 따르면 피자헛은 지난 6월 임금협상 중 구두로 ‘가맹화 확대’를 통보했다. 매출 부진을 이유로 직영 매장 69개 중 5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하고 4개 매장을 폐점하는 계획이었다. 정규직 직원 250여 명, 비정규직 직원 3000여 명이 55개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노동자 3250여 명이 일방적으로 퇴사 요구를 받은 것이다.

노조는 반대했고 직원들은 동요했다. 노조는 “일거에 가맹화로 전환할 수 없다”며 “회사가 직영점 운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6월 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총회를 열었으나 투표를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회사 안을 수용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결국 6월30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반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정해진 날짜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위로금을 주지 않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 매장직원은 “실제로 ‘AC’라 불리는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을 일대일로 면담하며 ‘정해진 날까지 사직서를 안 내면 퇴직위로금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며 “결국 직원들은 그마저도 못받을 줄 알고 겁을 먹고 사직서를 썼다. 해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피자헛 “남은 14개 매장 책임있게 운영” 약속, 한 달 새 파기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10월 말 남은 직영 매장 14개를 가맹화할 것을 매장에 통보했다. 55개 매장이 가맹화된지 한 달 만이다. 문제는 회사가 6월 말 노조와 “남은 직영 매장은 책임있게 운영할 것을 약속한다”며 구두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조합원이 사직을 택한 상황에서 남아 있는 매장이라도 지키기 위해 회사와 협상을 벌여 합의를 얻어 낸 것”이라며 “한 달도 안 돼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 밝혔다.

   
▲ 피자헛 로고
 

6월의 일은 반복됐다. 11월6일 스티븐 리 대표이사는 “직영매장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다시 한 번 가슴 아픈 직영 매장 가맹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한 매장직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11월25일까지 사직서를 쓸 것을 요구했고 이날까지 내지 않으면 위로금은 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정규직 30여 명, 비정규직 500여 명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오는 12월30일 부로 퇴사하게 된다.

두 번째 ‘대량해고’ 사태에 노조는 “노조와 직원들을 속인 것”이라며 분개했다. 노조 측은 “8개 매장은 수익률이 매우 좋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가맹화됐다. 직영매장의 수익이 계속 악화돼 가맹화한다는 말은 사측의 허울좋은 명분일 뿐”이라 주장했다. 특히 피자헛은 9월 퇴사한 직원 중 일부를 3개월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10월1일부터 12월30일까지 일하는 셈이다. 회사가 12월 전 매장 가맹화 시나리오를 이미 결정했다는 정황이라는 게 노조 측의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일방적 해고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회사가 대규모 인원의 퇴사를 압박한 것과 더불어 노측과 충분한 협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자헛 노조는 “6월과 10월 모두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셈”이라며 “단체협약상 사업을 분할·매각할 땐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전무했다”고 밝혔다. 피자헛 홍보팀은 “사전에 노사 간 충분한 논의 및 합의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이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단체협약위반 건으로 고소한 상태다.

비정규직에게 ‘값싼 위로’… 노조무력화 정황도 드러나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퇴직 지원 내용이 판이하였기 때문이다. 2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직은 위로금 200만 원을 받았고 2년 미만 계약직은 격려선물 ‘LG 블루투스 이어폰’과 피자헛 금액권 등을 받았다. 회사는 정규직원에겐 근속연수에 2를 더한 값에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했고 주택자금 이자지원 확대 등도 지원했다.

이효준 수석부위원장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나 다름없는데도 회사는 차별대우를 했다. 2년 미만 비정규직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계약이 종료됐는데 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회사가 노조 해산을 꾀했다”고 주장했다. 남아있던 한국피자헛 본사의 조합원 3명이 ‘강제승진’에 의해 11월부로 비조합원이 됐다는 것이다. 피자헛은 ‘사원-주임-계장-대리’로 직급이 올라가는데, 사규 상 대리부터 조합원이 될 수 없다. 승진은 4월, 10월에 이뤄지는데 이들 3명은 최초로 11월에 대리로 승진했다. 회사는 이에 대해 노조에 통보를 하지 않았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는 비조합원에 대해서라도 인사발령 등의 정보를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퇴사한 임원이 ‘회사는 노조 없애는 게 목적이다’란 말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노조를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신고한 상태다.

현재 노동조합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조합원 17명, 모두 19명이 남았다. 이 중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지난 6월 169명이던 조합원은 지난 10월 19명으로 줄었고 이들 중 16명은 12월30일부로 퇴사할 예정이다.

법적 책임 안 지고 수수료 이익만 챙긴다?

사태의 원인은 피자헛의 ‘가맹화 전략’이다. 본사가 고용·경영을 직접 책임지는 직영점을 개인사업자가 책임지는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스티븐 리 대표이사는 매장에 전달하는 입장문을 통해 “(가맹화는) ‘YUM!(미국 현지 법인)’의 글로벌 가맹화 전략과도 일치하는 것”이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YUM!은 전 세계의 피자헛을 관리하는 미국의 본사다.

노조는 회사의 가맹화 통보에 대해 임원에게 “왜 가맹화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직영운영을 하고 싶어도 미국 본사에서 전부 가맹화로 돌려라 한다. 우리가 막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 조합원도 관리자에게 문의를 했을 때 “미국 본사에서 직영 의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5월20일 미국 본사 직원이었던 스티븐 리가 한국피자헛의 대표이사로 온 것을 신호탄이라 보고 있다.

노조는 “회사 입장에서 가맹화는 훨씬 더 이득”이라 지적한다. 수수료율도 더 높을뿐더러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직영점은 미국 본사에 3%, 한국 지점에 3.8%의 수수료를 내고 가맹점은 미국 본사에 6%, 마케팅비 5% 등 총 11.8%를 수수료로 낸다. 직영 운영을 하면 제품 개발, 마케팅, 수익 모델 개발 등의 경영상의 의무를 다해야 하며 각종 분쟁상황이나 고용문제에서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본사 입장에선 가맹점 전환을 하면 수수료도 높아지고 각종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피자헛은 가맹화 전환이 결정된 64개 점포의 운영권을 해고된 정규직원들에게 평균 2~3억 원의 돈을 받고 판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매출이 좋은 점포는 매매대금이 7억원에 달했다. 가맹점 운영권을 인수한 한 점포 관계자는 “한 달에 40만원 정도만 이익이 남을 정도로 매출 실적이 좋지 않은 매장이었다. 내가 점장이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16시간이나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측이 ‘마스터프랜차이즈(MFC)’ 시나리오를 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MFC는 본사가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가맹사업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파트너는 중간가맹사업자가 돼 가맹자들을 직접 관리하고 본사에는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를테면 ‘한국피자헛’이 없어지고 한국판권을 매매한 파트너로 대체되는 것이다. MFC는 특별한 투자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가맹점에 대한 법적 책임도 덜 수 있어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다. 김용원 노조위원장은 “미국 본사 측 변호사와 한국 피자헛 가맹점간의 간담회에서 가맹점 측이 ‘MFC 전환이 아니냐’ 우려하자 변호사는 ‘당신들의 계약서에 MFC 동의하는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 가맹거래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피자헛이 2011년부터 제품개발이나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1+1’ 같은 판촉행사만 무분별하게 해왔으며 총체적인 가맹화를 강행한 것을 볼 때 매각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화로 자산 규모를 최소화하고 가장 큰 걸림돌인 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매장에서는 매각이 확실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미국 본사가 수수료만으로 이윤을 남기는 먹튀 자본의 전형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피자헛의 매출실적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현재 회사는 이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지운 것”이라며 “영업부진엔 마케팅 개발, 제품 개발 등 회사의 경영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가맹화가 안된 14개 직영점 중 수익이 좋은 8개 매장은 직영을 유지하고, 퇴직위로금 산정도 불합리하다며 재산정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거듭된 입장 표명과 사실확인 요구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가맹화 사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 외식시장에서 경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영 전략”이며 “사전에 노사 간 충분한 논의 및 합의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는 언급 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피자헛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경영·영업과 관계된 부분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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