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정부의 강경진압 방침이 확실시되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1차 민중총궐기 이후 주최 측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서면서 오는 2차 집회를 불허하는 등 ‘불법 시위 엄단’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현 정권이 독재정권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2차 민중총궐기는 예정대로 강행될 것”이라 밝혔다.

민주노총은 29일 논평을 내 “민주노총 등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차벽과 물대포로 막아서지 않는 한 평화적 집회가 될 것임을 누차 천명했다”며 “12월5일 발생하는 상황의 모든 책임은 헌법적 권리를 부정한 정권에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경찰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낸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등 민중총궐기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 전농은 “(집회 불허는) 법으로 규정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힌 상태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보성지역 농민 백아무개씨와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경찰은 지난 14일 1차 민중총궐기 이래로 집회 주최 측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도해 왔다. 경찰은 지난 18일 집회주최 46개 단체 대표들에게 출석조사요구서를 보냈고, 10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집회 관련자를 수사했다. 수사 대상자는 28일 기준 331명에 달한다. 지난 21일 강행한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건설노조 등 8개 단체 사무실 압수수색은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이래로 16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지난 27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실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같은 경찰의 거센 압박의 배후엔 청와대의 강경대응 방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수배 중인 상황에서 계속 불법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 밝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김현웅 법무부 장관 또한 지난 27일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단호히 끊어낼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복면 시위’에 대해 “양형기준을 대폭 높일 것”이라 경고했고 한 위원장을 겨냥해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응을 두고 소통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거듭 요청하면서 정부에 대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평화 집회는 경찰의 위법적 물대포 사용과 불법적 차벽 설치가 중단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화쟁위에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인 진행 △정부와 노동자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단행에 대한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또한 평화집회 개최와 자진출두를 공언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27일 ‘현 시국 및 거취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2차 민중총궐기는) 정부의 폭력적 시위진압과 공안탄압에 반대하면서 평화적 기조로 진행할 것”이며 “노동법 개악시도 중단 등 화쟁위 중재를 받아들이면 즉시 자진출두 할 것”이라 말했다.

   
▲ 경찰이 21일 오전 경향신문 건물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 '노동과 세계'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의 중재요구에 따라 화쟁위는 경찰에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화쟁위는 25일 경찰청장 등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경찰은 ‘준법집회’와 ‘(집회 관련자들의) 자진 출석’을 조건으로 내걸고 요청을 거부했다. 화쟁위는 이후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과 질서 안에서 평화를 가꿔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 길을 외면한다면 스스로 평화를 부정하는 정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2차 총궐기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 의지가 거듭 확인되면서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종교인들이 평화집회 개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도법스님은 지난 28일 “12월5일 집회에서 차벽이 들어섰던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할 것”이라면서 “불교인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화쟁위원회에 소위원회를 꾸려 다른 종교에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조계사 투입에 대비해 29일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조계사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5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져 경찰이 강제 진입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29일 논평에서 “오늘 대통령이 출국한 후 정권이 조계사를 침탈할 우려가 높을 것”이라며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 중재 수용 등 원만한 문제해결을 제시하고 자진출두 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공권력은 무력침탈 의도를 꺾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종교계도 경찰의 조계사 투입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화쟁위도 지난 28일 ‘공권력 투입을 우려하고 평화시위를 바라는 화쟁위원회 호소문’을 발표하며 “(진입을) 실행하려 한다면 시민사회, 종교계, 불교계와 범국민의 이름으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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