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책임을 맡았던 해경123정이 기울어진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더 빨리 전복시켰다는 의혹 등 해경구조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IT보안 전문가 김현승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에 김씨와 변호인 등은 최후진술 및 최후변론을 통해, 법정에서 재생된 영상처럼 해경123정의 행위로 세월호가 더 빨리 침몰했다는 의혹은 합리적 의문이며 아직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의 출발점이 돼야 하므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전기철 판사 주재로 열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현승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사실조차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그대로 베끼다 틀린 사실을 기재하는가 하면, 세월호 선장과 선원을 수사한 검사와는 정반대 방향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다고 비판했다.

김현승씨 변호인인 이근창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검찰이 선장, 선원, 해경 재판에서 유가족 입장에서 울분을 토하면서 위법행위를 추궁하고, 사고원인에 대해 누리꾼이나 일부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도 추궁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구조과정에 대한 의문 제기한 사람들, 대통령에 정치적 책임을 요구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세월호 선원 재판에서와는 입장을 달리해,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왜 의문을 제기했는지 관심도 없이 대통령, 해경, 해군 등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고발이나 고소만 있으면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내용 가운데 기재된 내용이, 다른 이의 공소장에서 베껴오다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현승씨의 공소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키기로 사전에 계획한 사실도 없었고, 해군 잠수함이 세월호를 수차례 들이받은 적도 없었으며, 해경 123정 대원들이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물살이 센 맹골수도 해역으로 끌고가 300여 명이 넘는 승객을 수장시킨 사실도 없었다…해경 123정 대원들이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죽음의 맹골수도로 끌어 당겨 뒤집어 승객들을 학살했다고 허위기재했다.”

이를 두고 이근창 변호사는 “김씨가 한번도 ‘해군 잠수함이 세월호를 수차례 들이받았다거나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물살이 센 맹골수도 해역으로 끌고가 학살했다’는 글을 게재한 것이 없다”며 이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검사가 유사한 의혹을 제기한 우한석씨(구속)의 공소사실에 쓴 내용을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한석씨 공소장을 보면 이처럼 동일하게 나타난다. 김현승씨는 해경123정의 세월호 전복 의혹을 제기했으나 ‘맹골수도’로 끌어당겼다고 쓰지는 않았다.

   
김현승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김현승씨 공소장.
 
   
세월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우한석씨 공소장.
 

123정의 세월호 전복의혹과 관련해 이근창 변호사는 “해경 123정이 세월호에 줄을 걸어 후진해 세월호를 더 빨리 침몰시켰다는 의혹이 존재한다”며 “123정이 세월호에 2차에 거쳐 이안한 다음 세월호에서 후진하는 영상이 존재하고, 123정 대원이 홋줄을 두차례에 거쳐 묶고 푸는 과정이 기록된 영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근창 변호사는 “이 사건의 의혹들은 피고인 김현승씨 혼자만이 제기한 것이 아니며,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유언비어가 아니며, 다른 이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도 아니다. 진상규명의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무죄 선고를 해달라고 밝혔다.

김현승씨의 다른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도 이날 최후 변론에서 해경에 대한 의혹은 해경이 왜 승객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여러 증거자료도 있지만, 이미 해경이 그 자리에 가있었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을 구조하지 못했다”며 ‘해경이 접근조차 못하게 했다’, ‘구조를 안한건지 못한건지 의문’이라는 어선과 어민의 증언을 전했다. 그는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생존한 선원의 말을 빌어 “왜 해경이 와서 조타실 선원만 구하고 나갔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조타실까지 와서 선원만 구하고 승객은 구조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전했다. 그는 해경 구조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 의문이라고 밝혔다.

피고인 김현승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지난달 14일 공판) 법정에서 영상 재생을 통해 해경이 1, 2차에 걸쳐 밧줄을 묶고 123정이 세월호를 끌어당기면서 뒤집어지는 속도를 10배 이상 빠르게 해 엎은 행위가 300명 승객 전원의 사망을 발생시킨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해경123정 구조영상(법정 제출). 사진=해경영상 갈무리
 
   
해경123정 구조영상(법정 제출). 사진=해경영상 갈무리
 

그는 “1차에서는 세월호 조타실과 123정의 양단을 직선으로 묶었다가 해경 박상욱 경장에게 지시해 목숨을 걸고 풀게한 뒤 2차에서는 세월호 난간을 휘감아서 밧줄의 양단이 123정의 고박에 묶이게 해 밧줄의 회수를 123정에서 독자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등 방법을 바꿔서 묶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를 끌어당기는 동력을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법정에서 영상재생과 5회 박상욱 진술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1차로 묶은 밧줄은 후진하는 123정 위에 탑승한 김종인 부정장과 의경들이 손으로 끌어 당겼고, 2차로 묶은 밧줄은 123정의 갑판 밧줄 가이드에 걸치도록 해 후진하는 123정의 동력이 완화됨이 없이 그대로 세월호에 전달되도록 하고, 123정이 5분 이상 최대 동력으로 후진하면서 끌어당기는 식으로 세월호를 전복시키려는 힘의 전달 방법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2차 밧줄을 당기고 풀 당시 세월호 조타실에는 세월호를 운항시킬 수 있는 위치에 선장을 포함한 어떠한 선원도 없었다”며 “김경일 정장에 대한 과실치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바와 같이 123정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4시간 이상 떠 있어서 전원 구조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1조와 2장, 법률에 의거,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의 공무시간에 수행된 행위에 대해 알권리와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4일 열린 김현승씨의 공판에서 김씨를 처벌해달라고 했던 해경 123정 소속 해경들 가운데 구속된 김경일 정장을 제외한 모든 해경들이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혀왔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해 법원에서조차 신뢰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나오는 등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다. 이근창 변호사는 세월호 선장, 선원의 판결문 등에서 ‘세월호가 변침을 시도하던 중 갑자기 선수가 급격하게 우선회하기 시작’한 원인에 대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세월호 사고는 초기부터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며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혹이지만, 다 각각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의혹의 제기야말로 사고의원인과 진실을 규명하는 출발점이며, 사실이 아닌 의혹은 논의와 규명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암초나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선회 속도가 본선 자체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사고 전에 이미 침수 상태였다는 증언이 있을 뿐 아니라, 사고전문가들 역시 침수의견을 제시했다”며 “또한 해수부 발표 세월호 항적에서도 우선회 도중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가는듯한 항적이 나온 점도 그런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 영상 갈무리(법정 제출)
 

김용민 변호사도 “침몰원인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과적과 급변침 역시 침몰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일부 무죄 판결도 나왔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더 많은 톤수를 싣고 다녔으며, 국내에 들여와 법률에 맞춰 화물 톤수를 줄였을 뿐 그 자체로 감당할 수 있는 화물 수는 더 많았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급변침 역시 원인으로 보기 어려우며, 1시간 만에 완전 침몰하려면 상당량의 물이 들어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용민 변호사는 “김씨가 쓴 글의 대상은 대통령 박근혜이지 자연인 박근혜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의혹 제기이자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표자인 대통령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승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2월 16일 오전에 열린다. 

김현승씨는 지난해 6월 26일 다음 카페에 “세월호가 너무 커서 어뢰로도, 폭탄으로도, 잠수함 추돌로도 안 뒤집어지니까 이미 추돌했던 그 잠수함으로 앞에서 충돌, 그래도 안되니까 해경이 끌어서 세월호를 뒤집어 엎었다”는 글 등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12월 23일 구속기소됐다. 지난 5월 ‘구속만기’ 1개월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난 김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을 거론한 글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됐다.

김씨는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한뒤 경찰청 본청 사이버수사대 범죄능력 향상 연수 업무를 맡은 적이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원인을 제공하는 액티브엑스 기술에 대한 공인인증서 포함 기술을 인터넷진흥원에 공개하는 등 컴퓨터보안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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