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송곳’을 보면 2003년 실제 일어난 일을 재구성했다는 자막이 나오는데 지금은 2015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 롯데마트엔 동일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드라마 ‘송곳’이 롯데마트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일까.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위원장 김영주)은 27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 정문에서 마트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민주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롯데노조는 설립된 직후부터 노조 탈퇴 종용, 부당징계, 노조간부 신상정보 유출 등 탄압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롯데노조는 지난 10월15일 설립된 롯데마트 내 제2노조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의 노동조합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월3일 관리직급 직원들이 노조 활동 감시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확인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영주 위원장은 대표발언에서 “연장근무수당을 달라, 비품비는 회사가 지급해달라, 식사실을 개선해달라 등 노조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하는데도 회사는 조직적인 압박, 탈퇴 종용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노조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24일 롯데마트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롯데노조는 “징계위가 열거한 (김 위원장의) 위반행위 항목은 절대 징계감이 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해 ‘표적징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 27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 앞에서 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 및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사측의 조합원 탈퇴종용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마트 인천 삼산점에서 근무하는 김은영 수석부위원장은 “10월29일 오후 4시30분부터 같은 부서의 직원들이 ‘삼산점 00부서 000은 민주노총 가입을 탈퇴합니다’란 문자를 집단적으로 보내왔다. 2-3분 안에 여러 조합원이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탈퇴 문자 전, 해당 부서 미팅시간에 관리직급의 직원이 민주노조 가입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사측의 탈퇴 종용 의혹을 제기했다.

울산 진장점 조합원 이혜경씨도 발언에 나서 “마트 상급관리자가 노조탈퇴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회식자리에서도 노조간부에게 ‘회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고 협박했다”며 “점포의 조합원들이 정신적·심리적 압박감을 심하게 느껴 차라리 노조 탈퇴하는 게 편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롯데노조는 노조간부에 대한 신상개인정보 유출 및 명예훼손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숙 사무국장은 발언에 나서 “개인신상정보를 담은 파렴치하고 폭력적인 수준의 사진이 회사에서 나돌기 시작했다”며 “나는 전 직장에서 노조 활동 경력이 있지만 그것이 롯데마트 노동자로 근무하고 노조 활동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 식욕부진 물론이고, 수면장애, 스트레스로 인한 체중감소까지 따라올 정도로 현장이 힘들다”고 말했다.

노조는 허위사실이 유포되며 노조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이 마트 내 조성돼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부산 동부산점의 경우 ‘민주롯데마트노조에 간첩이 암약했다’, ‘통합진보당 구의원 출신이 재산세 60억이나 내면서 마트에 들어왔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노조는 동부산점을 포함한 일부 점포에서는 민주롯데노조의 조합원 명단을 본사에서 파악해 지점으로 내려보낸다는 소문도 나돌아 일부 조합원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탈퇴를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정찬우 부위원장은 “지난 10월 중순 관리직급 직원이 정규직 사원 조회시간에 민주노조는 합법노조가 아니라 불법이라고 말한 사실을 다른 점포의 매니저에게서 들었다”며 “민주노조는 합법노조다. 회사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한 이마트 노동조합 관계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성훈 사무국장은 “이마트도 관리직원이 밤 11시에 조합원 집까지 찾아가 노조 탈퇴하라고 종용했고, 지부설립했다는 이유로 지부장을 찾아가 ‘너땜에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겠다’ ‘탈퇴하지 않으면 불이익주겠다’ 이런 말을 수도 없이 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생명이다. 끝까지 지켜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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