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준석 YTN 앵커가 한 교회의 ‘반공주의 웅변대회’ 진행을 하면서 “반공(반공산주의)은 대한민국 기본 가치”라고 한 발언이 YTN 사내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YTN 기자들이 발언의 편향성과 앵커로서의 적절성을 문제 삼자 호 앵커가 반박을, 우장균 YTN 복직기자가 재반박한 것이다.  

호 앵커는 지난 18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반공’은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공산주의 정권인 북한의 세습 독재에 반대한다는 뜻”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건국 이래 여야 모두의 공통분모다. 반공은 우리 사회의 깃발은 아닐지언정 우리 사회의 토대임에는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 평강제일교회 장로인 호준석 YTN 앵커(왼쪽)는 나라사랑 웅변대회 사회를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8회 나라사랑 웅변대회. (사진=평강제일교회 유튜브)
 

호 앵커는 “‘반공’이 체제 유지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만큼 ‘반공’을 불의로 낙인찍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공산주의는 우리 민족에게 참혹한 피해를 남겼고 지금도 현실적인 최대 위협이며 석 달 전에는 두 젊은이가 다리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호 앵커는 “북한은 대화와 교류의 대상이지만 그것은 공산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주창자지만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고 했다.

앞서 본지는 평강제일교회 장로인 호 앵커가 이 교회의 반공 웅변 대회 진행을 맡으며 “사실 반공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가치다”, “제가 알기론 반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통합진보당 밖에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YTN 호준석 앵커 “반공은 대한민국 기본 가치”>

평강제일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전국 교회의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학생 등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웅변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별세한 평강제일교회의 박윤식 원로목사는 6·25 참전 상이군인 출신으로 교회의 웅변대회는 그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는 현역 군인이 이 대회에서 “종북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웅변한 사실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현직 군장교, 교회에서 “사회 곳곳에 위장간첩 침투”>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YTN지회는 17일 “YTN 앵커가 반공웅변대회 사회를 본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그 발언 내용도 지나치게 편향되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일회성도 아니고 수년간 진행돼 온 점으로 미뤄 YTN 앵커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직결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호 앵커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반공이 ‘편향’이라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또는 대한민국과 북한을 동등하게 놓고 그 중립에 서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저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온 그 기자에게 ‘이 발언을 문제 삼는 미디어오늘은 공산주의 반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통합진보당이 반공을 표방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는 “미디어오늘의 낙인찍기 기사가 과거의 매카시즘과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신앙적 자유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 YTN 간판 앵커 호준석 기자(왼쪽)와 우장균 YTN 복직기자. (사진= YTN, 언론노조 YTN지부)
 

호 앵커에 대한 반박 글도 게시됐다. 지난 2008년 MB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됐다 지난해 복직판결을 받은 우장균 YTN 복직기자가 반박한 것이다. 

우 기자는 “저는 대한민국의 기본가치는 ‘반공’이 아니라 ‘민주주의’라 생각한다”며 “반공은 민주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가 기본가치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우 기자는 “일개 수단이 한 나라의 기본가치가 되는 것은 그 나라의 품격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반공이 ‘대한민국의 기본가치’가 되거나 ‘대한민국의 국시’가 된다면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우 기자는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은 ‘자유’와 ‘평등’을 토대로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민주주의라는 반석은 자유와 평등 두 개의 기둥 위에서 온전할 수 있다. 반공이 ‘대한민국의 기본가치’가 되면 자칫 평등의 가치가 자유의 가치에 비해 위축돼 민주주의란 반석이 두 기둥에서 떨어져 금이 갈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준석 앵커가 교회의 장로로서 그 교회 행사인 반공 웅변대회 행사의 사회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반공은 대한민국의 기본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공정성이란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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