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로 유료방송을 보는 시청자라면 MBC VOD를 더 이상 못 볼수도 있다. 오랜 기간 난항을 겪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재송신료 협상이 VOD로 불똥이 튀었다.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VOD를 공급하는 ‘케이블TV VOD’의 최정우 대표이사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지상파 재송신이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SO에 VOD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케이블TV VOD와 계약을 채결하겠다고 했다”면서 “두 사안을 연계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정우 대표는 “또한 MBC가 무료 VOD 서비스에 대해 재송신료와 마찬가지로 가입자 당 요금을 받겠다고 요구했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 해야할 처사인가”라고 반문했다. VOD는 유료 VOD와 무료 VOD로 나뉜다. 지상파 방송 이후 3주의 홀드백 기간이 지난 프로그램이 무료 VOD로 전환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MBC의 요구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재송신료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 둘째, 무료 VOD에도 비용을 받겠다.

현재 케이블업계는 무료 VOD의 경우 1년 단위 콘텐츠 대가를 방송사에 일괄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유료 VOD의 경우 매출액의 65%를 방송사에 지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재송신료 징수와 같은 방식으로 가입자당 무료 VOD 이용료를 1인당 93원씩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 MBC '무한도전' 갈무리.
 

이에 대해 최정우 대표이사는 “VOD는 쌍방향 환경에서 시청자가 요구하는 것인데 모든 디지털 가입자한테 무료 VOD 가격을 다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MBC 무료 VOD를 보기 싫어하고, 이용하지 않겠다는 사람한테도 부과하겠다는 게 MBC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 VOD’에 따르면 디지털 케이블가입자 중 VOD 이용자는 38%에 불과하다. 최정우 대표이사는 “10명 중 4명이 이용하는데 10명에게 모두 세금으로 받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대표이사는 지상파의 콘텐츠 가격 산정기준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지상파가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명분은 콘텐츠 제값받기”라며 “지상파 콘텐츠의 제값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콘텐츠 재화의 가치는 시청률로 결정되는데, 최근 지상파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콘텐츠 이용대가를 더 비싸게 받아야하겠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이사가 2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송신 및 VOD협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최악의 경우 다른 지상파 방송 VOD서비스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대표이사는 “KBS와 SBS도 입장이 비슷한데 MBC가 대표로 협상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SBS나 KBS도 28일 이후에 (VOD 공급을) 끊겠다고 하는데 MBC와 협상결과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정책홍보부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케이블쪽에서 협상 중인 사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점이 유감스럽다”면서 “MBC는 협상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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