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신변보호를 받은 지 7일째인 23일, 민주노총이 조계사 관음전에서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정부와 노동자대표가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중재를 요청했다.

조계사 측에서 주지 도법스님, 부주지 원명스님,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 등 3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상균 위원장,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의 중재요청안을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인 진행 △정부와 노동자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단행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다.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도법스님이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에서의 시간이 성찰과 기도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한 위원장도 그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면서 “내일 오전 10시 반 화쟁위는 긴급회의를 갖고 화쟁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검토해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위원장은 중재요청이 끝난 후 직접 언론브리핑을 열 예정이었으나 삼엄한 경비와 사찰 내 소란 등에 대한 조계사 측의 우려에 따라 브리핑을 취소했다. 대신 한 위원장은 법복을 입은 모습으로 관음전 구름다리 입구에서 수차례 합창 인사를 한 후 관음전으로 돌아갔다.

   
▲ 23일 오후 3시 20분경 관음전 2층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한 위원장은 수차례 합장 인사를 하고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사진=손가영 기자)
 

경찰의 경비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난 16일부터 계속됐다. 사찰로 들어올 수 있는 모든 입구엔 사복경찰이 서너 명 배치돼있고 조계사를 둘러싼 골목길에도 수 미터 간격으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특히 한 위원장이 있는 관음전 건물엔 사복경찰의 수가 두 배가량 많은 상태다. 한 위원장의 언론브리핑이 예정된 23일엔 관음전에서 조계사로 향하는 돌계단 아래에 일곱여 명의 사복경찰이 관음전 1, 2층 출입구를 감시하고 있었다. 경내와는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거리다. 조계사 측은 이로 인한 충돌 가능성과 경찰, 기자 등으로 법당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정수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14일에) 규정위반 물대포 사용과 위헌적 불법 차벽이 확인됐고 이것이 충돌을 일으킨 주된 요인이었다. 평화 시위는 물대포와 차벽이 없으면 가능한 것으로 이에 대한 중재를 요청드린 것”이라 말했다. 이어 남 실장은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이고, ‘노동개악’으로 전체 노동자가 평생 비정규직이 되거나 해고가 자유롭게 될 것이므로 정부와 노동자대표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중재를 요청한 것”이라 밝혔다.

민주노총은 12월 5일 노동자·농민·빈민이 주축이 된 2차 민중총궐기 및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남 실장은 “평화적 기조로 가자는 것엔 모두 동의를 했다. 경찰청장 파면 요구와 함께 평화적 시위를 하겠다는 게 지금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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