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등 일간지가 주축인 한국신문협회가 규모가 작은 언론사의 포털제휴 자체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현실성이 없어 공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9일 열린 ‘뉴스미디어의 미래 대토론회’에서 학계를 주축으로 언론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자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포털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허승호 사무총장은 “포털 메인 가장 위에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사가 올랐는데 종합지도 아니고 인터넷경제전문뉴스의 기사였다”면서 “이 뉴스는 3국 정상회담을 취재할 인력이 없는 매체다. 심지어 듣보잡 매체의 뉴스가 포털 맨 위에 올라간 경우도 30%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을 기자 3인에서 5인으로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관해 “등록기준이 소폭강화된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털 진입장벽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9일 오전 '뉴스미디어의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동안 광고주협회와 신문협회가 규모가 작은 언론을 ’사이비언론’으로 규정해 비판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작은 언론이 포털 메인에 걸리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날 발언은 신문협회가 어떤 의도를 갖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를 평가할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포털 진입매체를 심사하는 진입기준소위원장인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가 신문협회 추천이기 때문이다. 신문협회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소속 단체이며 조중동의 닷컴사가 주축인 온라인신문협회까지 포함하면 평가위원회 내부에서 가장 많은 위원을 갖고 있다. 허승호 사무총장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준비위원이기도 했다. 

더욱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신문협회 소속 신문사들이 ‘어뷰징’ 경쟁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허승호 사무총장은 ‘어뷰징’ 문제에 관해 “기사를 베껴도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을 포털이 만들었고, 그래서 주요 매체들까지 비상식적인 트래픽 경쟁에 올인하는 환경”이라며 포털의 탓으로 돌렸다. 

허승호 사무총장은 포털의 ‘알고리즘’을 문제삼아 포털 뉴스편집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구글의 경우 매체의 신뢰도, 기사작성 정도 등을 평가해 알고리즘에 반영한다”면서 “그 결과 어뷰징이나 사이비언론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털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은 신문협회에서 여러차례 제기한 바 있으며, 지난달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신문협회 평가위원인 정동우 건국대 미디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포털뉴스 편집에 평가위가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발언은 포털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규모가 작은 언론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같은 주장에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포털의 문제도 있겠지만 언론사 역시 포털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새로운 유통전략을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서는 언론이 뉴스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안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이날 언론진흥재단 ‘인터넷 공간의 언론 신뢰성 제고 분과’는 저질 기사가 넘쳐나고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인터넷 언론 생태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사회적 차원의 인터넷뉴스 평가체계 마련’, ‘디지털 저널리즘 교육체계 구축’, ‘이용자 평가 등을 통한 포털 뉴스의 책무성 강화’,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와 지원’을 개선방안으로 발표했다. 

토론에서 발표된 자율규제 강화방안이 인터넷 언론 길들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지난 7월 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토론회에서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직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권이나 특정단체의 압박의 결과물이 아니다.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언론 자체가 적다보니 당위적이고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면서도 “다만 자율규제를 인터넷신문위원회가 담당하고 있고, 이곳의 인사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선방안이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태규 현겨레 논설위원실장은 “뉴스 신뢰의 위기가 디지털이기 때문에, 모바일이기 때문에 온 건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점들이 인터넷을 통해 더 잘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태규 실장은 “혁신을 말하지만 기자 뽑는 시스템이 가장 후진적이다. 단지 공부만 잘하는 사람 뽑아내는데 이런 사람이 들어가서 회사의 논리에 금방 포섭이 되어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본을 잊는 구조다. 기자윤리, 자격, 언론자유에 대한 생각에 대한 고민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태규 실장은 “수용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는데, 수용자들의 문제도 있다. 저질기사를 찾으니까 쓰는 것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교에 신문만 갖다놓는 게 아니라 어떤 뉴스가 좋은 뉴스고 어떤 뉴스가 나쁜 뉴스인지. 어떤 신문에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큰 비전을 들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왔지만 구체적으로 우리의 혁신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혁신이라는 건 다 시도해봤다. 그러나 현장에서 우스개소리로 나오는 말은 항상 ‘이 산이 가닌가봐’라는 거다. 재미있으면서 공쟁해야 하고, 빠르면서 깊이 있어야 한다.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 달성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지만 신문도 디지털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늘상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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