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은 국회에서 유독 강하다. 700MHz대역 주파수 할당에 이어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업계의 재송신 갈등에서도 국회가 지상파의 손을 들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재송신 갈등에 시청권 침해를 막을 목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안은 방통위가 제출한 개정안과 달리 직권조정·재정 조항이 삭제됐으며 ‘방송유지재개명령권’만 유지됐다.

법안에 방송유지재개명령권만 남으면서 사실상 방통위의 중재 기능이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법안소위에 출석한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방송유지와 재개를 명령하는 건 블랙아웃이 벌어진 다음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직권조정권한이 사라지게 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은 말 그대로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가 재송신 수수료 협상에 실패해 블랙아웃 상황이 벌어지면 방송을 유지하고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30일 이내 범위에서 2번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래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방통위의 중재권한이 강해지면 재송신 수수료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지상파의 협상력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지상파가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이날 법안소위에 비공개 출석한 지상파 관계자 역시  “재송신 협상은 사업자 간 개별협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는 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개입을 요구해온 유료방송진영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재송신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지상파의 반대로 인해 주요사항이 모두 빠져버린 것은 유감”이라며 “재송신 대가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가이드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보도기능이 막강하다. 방통위에서 정한 안이 한번에 엎어진 걸 보면 선거를 앞두고 언론권력이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송신 갈등은 2008년 방송협회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중단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지상파3사는 케이블TV 방송사에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은 본격화됐다. 2011년 협상이 결렬돼 KBS2, MBC, SBS 등이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지상파는 케이블업계에 이용자 당 재송신 수수료 280원을 올해 45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케이블업계는 반발해 협상이 난항으로 또 다시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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