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천안함 재판을 받는 동안 옆에서 변호를 해온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지난 5년에 대해 “천안함의 주요 의문을 덮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법정에서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통상 항공조사를 하더라도 2년 이상 걸리는데 천안함의 사고원인 조사의 경우 사고 발생 이후 두 달도 안돼 발표했다”며 “윤덕용 단장이 법정에 나와서 말한대로 ‘그 때 발표가 사실상 최종 발표’였는데도 그렇게 서두른 것은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근거가 잘 돼 있다면 문제제기가 덜 나올 수 있으나 증거로 제시된 어뢰추진체가 북한제라고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설계도와 맞아떨어지거나 수치라도 일치해야 하는데, 곳곳이 다 틀렸다”며 “그런데도 마치 일치한 것처럼 기재해 잘 모르는 국민들이 그대로 믿게 하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보고서를 자세히 작성하려면 분석한 것을 평가한 것에 대한 내용도 있어야 하지만, 보고서는 오로지 결과에다 끼워맞추는 방식으로 서술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 사진=천안함프로젝트 영상캡처
 

그는 흰색분말 가루의 실체, 버블주기 산정의 오류, 어뢰추진체와 설계도의 불일치 등을 들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논의들이 엉성하게 돼 있다”며 “답의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근거가 엉터리면 제대로 된 조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년의 재판에 대해 “합조단이 제시한 중요한 근거와 관련해 제기됐거나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에 대해 서둘러 덮고 결론을 내린 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재판 5년이었다”고 밝혔다.

이 재판이 명예훼손 재판이었는데도 5년이나 흘러간 것에 대해 이 변호사는 “단순 명예훼손 사건이면 이렇게 끌 이유가 없었다”며 “검찰이 기소하면서 정부의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맞는데 신 대표가 허위로 주장해 명예훼손했다고 법정으로 끌고 들어와 5년이 흐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중이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과정에서 다른 판단을 했다고 명예훼손이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며 “재판 과정에서는 오히려 주요 증인들이 출석해 정부 주장의 근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명히 드러낸 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5년 여 만에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재판부가 재판을 서두르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특히 지난 3일 정부가 국정교과서에 ‘천안함 폭침’사건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재판부에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강훈 변호사. 신상철 대표 변호인. 사진=법무법인 덕수
 

올해 초 새로 교체된 이번 재판부는 5번째 재판부로 초기부터 연내에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으로 매월 한차례씩 하던 증인신문을 두 차례로 늘리는 등 속도를 내왔다. 

이강훈 변호사는 “재판부가 서두르긴 했지만, 5년을 끌어온 재판을 더 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국정교과서 발표와 같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5년 전 사건인데다 평가가 달라지거나 사고원인이 다르게 드러날 수도 있는데 이를 성급히 역사교과서에 넣어야 하느냐”며 “다만 재판부는 그와 무관하게 재판을 연내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고, 증인신문이 끝났기 때문에 더 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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