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의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1심 형사재판이 5년 여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신상철 대표에 대해 증인신문과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23일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중 신 대표의 천안함 1심 판결이 선고된다. 

이에 따라 신 대표가 지난 2010년 5월19일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해군장성들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이후 본격적인 법정 진실다툼의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나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할지 주목된다. 법정에서 합조단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 핵심 근거가 부정확하거나 허위로 나타난 사례들을 모아봤다.

어뢰추진체 크기-설계도상 크기 틀려, 합조단장 “실수였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폭침당했다는 핵심 증거인 ‘1번어뢰’(어뢰 모터와 어뢰추진체)의 크기와 관련해 합조단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 보고서는 “(어뢰의) 길이는 프로펠러에서 샤프트까지 112cm, 프로펠러 19cm, 추진후부 27cm, 추진모터 33.3cm이고, 상부 고정타 33cm, 하부 고정타 45cm로 설계도면과 증거물의 길이가 정확히 일치하였다”고 썼다.

어뢰추진체의 길이(샤프트~추진후부~프로펠러)가 112cm라 기재돼 있지만 지난달 26일 재판부와 피고인 및 변호인단, 검찰측이 증거조사와 천안함 현장검증시 측정한 길이는 125.5cm였다. 이강훈 변호사는 지난 13일 재판에서 “우리가 (재판부와 검찰측과 함께) 가서 재봤더니 33.3cm라는 모터부의 경우도 30cm(300mm) 정도 밖에 안된다”며 “보고서에는 추진후부(27cm), 프로펠러(19cm)의 나머지 (축의) 길이(66cm-이 길이는 보고서엔 안나옴)을 더한 112cm로 나오는데 실제 재보니 10여cm 더 긴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어뢰설계도(위)와 1번어뢰. 사진=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전체 어뢰설계도 단면. 사진=합조단 보고서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덕용 전 민군합동조사단장은 “크기와 특성, 날개의 수와 구멍의 수도 일치하는데, 치수에 대해서는 실수가 있었다, 맞지 않는다”고시인했다. 언제 알았는지에 대해 윤 전 단장은 “발표할 때는 몰랐는데, 책자 나온 (2010년 9월 13일) 다음에 수치가 틀렸다는 것 알았다”며 “여러 논의하다가 누가 지적이 있었는지, 자체적으로 인지한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보고서 작성후 틀린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전 단장은 “그림 자체에서부터 잘못됐던 것으로 모순이었다”며 “그림은 대략 맞는데 치수는 틀렸다”고 주장했다.

 

어뢰추진체에 붙은 흡착물질, 페인트 속에 존재

이밖에도 어뢰 폭발의 증거로 제시돼온 이른바 흡착물질이 어뢰추진체의 페인트 속에서 발견된 점은 합조단의 보고서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 폭발물질이라고만 분석했을 뿐 어떤 상태로 붙어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재판부 증거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신상철 대표와 변호인, 재판부 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어뢰추진체의 프로펠러와 추진후부 덮개 쪽에 붙어 있는 이른바 백색 흡착물질은 검은 폐인트층 안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검은 페인트층 바깥에 들러붙은 것으로 보이는 백색물질은 찾기 어렵다. 또한 백색물질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된 부품에서만 발견된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가 실시한 천안함 어뢰 증거조사. 사진=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어뢰추진체 등 1번어뢰 잔해를 상세히 둘러보고 촬영한 신 대표는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흡착물질이라는 백색물질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의 부품 위에 칠해진 검은 페인트 층 아래(속)에서만 나타났으며, 검은 페인트 위에 존재하는 백색물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백색물질의 정체는? ‘세상에 없는 물질’ vs ‘실험실에서도 유사물질 구현 가능’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흰색 분말(백색 흡착물질)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알루미늄 소재의 부식물이 아니라 알루미늄이 첨가된 수중폭약의 폭발재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주성분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조단에서 흡착물질 분석을 총괄한 이근득 국방과학연구소(ADD) 고폭 화약개발 담당 수석연구원은 지난 9월 14일 천안함 함수와 함미,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던 백색 흡착물질의 주성분이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면서도 폭발재로 결론내린 이유가 세상에 없는 물질이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의 변호인인 이강훈 변호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연구원과 윤덕용 단장 등의 법정 증언을 들어보면) 이들은 흡착물질이 무엇인지 규명하는데 실패했다”며 “막연히 ‘AlxOy’이라는 모호한 식의 물질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며, 결국 자신들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알루미늄 황산염수화물’이라는 일종의 수화물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던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법정에 출석해 유사물질을 실험실에서도 생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시약 성분은 알루미늄 클로라이드(알루미늄과 염소 세 개를 결합시킨 것)로, 바닷물을 떠와서 시약을 넣었다”며 “물 속에 농도를 조절해서 넣으니 하얀 침전물이 가라앉더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그 물질을 분리해서 몇가지 분석해보니 비정형(비결정질) 알루미늄 수산화수화물과 같은 물질이 생성됐다”며 “물속에 알루미늄이 공급되면 유사한 비정질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어뢰추진체에 감긴 철사뭉치

어뢰추진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의문의 철사뭉치에 대해서도 합조단 보고서는 일체 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뢰 수거 동영상에 상세히 나온다. 법정에 제출된 ‘1번 어뢰 인양 직후 실측 및 처리 과정 동영상’을 보면, 카메라가 대평 11호 갑판 위에 있는 어뢰추진체(조종장치 부분)에 다가가 그 크기를 측정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근접 촬영을 하자 추진체의 두 프로펠러 사이에 철사줄이 발견됐으며, 그 철사줄이 추진축(추진후부쪽)까지 이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축에 엉켜있는 철사줄은 축을 둥글게 휘감고 있었으며, 철사줄과 함게 철로된 밴드도 함께 이어진 채 휘감겨 있었다.

   
2010년 5월 15일 이른바 1번 어뢰 수거당시 동영상에 보이는 철사뭉치.
 

동영상에는 합조단 수사관이 감겨있는 철사줄을 위에서 아래로 밀어내고 프로펠러 날개 직경의 크기와 조종장치부의 추진축부터 프로펠러까지의 전체길이, 방향타 길이를 실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수사관이 축에 휘감겨 있는 철사더미를 추진후부쪽에 밀어넣는 장면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뚜렷한 철사와 철밴드에 대해 합조단 보고서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다. 

백령도초병이 본 섬광 각도도 왜곡

합조단 보고서에는 천안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지목된 백령도 초병의 진술 일부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초병의 진술을 ”해안초소 경계근무 중, ‘쿵’ 하는 소리를듣고, 해상 전방  약 4km, 방위각 270도를 쳐다보니 하얀색 섬광 불빛(폭 20~30m, 높이 약 100m)이 보였다가 2~3초 후 소멸됨(상병)”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초병들은 진술서에서 270도라고 진술한 적이 없다.

또한 노종면 전 천안함 언론검증위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8월31일 법정에 출석해 “초병들이 일관되게 ‘방위각 280도 지점, 초소 정면에서 볼 때 2~3시 방향, 두무진 돌출부’라고 강조했다”며 “검찰이 언론검증위의 백령도 초병 진술 판단을 뒤집으려 했으나 국방부가 왜곡한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날 검찰이 공개한 상황일지를 보면, 247초소의 박 상병이 상황실에 270도 방향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는 낙뢰소리를 청취한 방향이지 섬광이 아니었다. 노 전 위원은 “상황일지엔 270도에서 낙뢰소리를 들었다고 돼 있는데, 보고서엔 섬광을 본 위치가 270도라고 바꿔서 작성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중음파 1.1초가 버블주기? 보고서 내용도 안맞아

합조단이 어뢰폭발의 근거로 내세운 데이터인 버블주기 1.1초에 대해서도 보고서에 실려있는 그래프만 봐도 내용과 맞지 않다는 것이 나타난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11개의 음파감지소에서는 1.1초 간격으로 2개의 음향파동주기가 포함된 공중음파를 감지했다”며 “음파간격 1.1초는 수중 폭발시 발생하는 버블 주기를 나타낸다”고 기재했다.

이러한 측정 데이터를 근거로 윌리스의 공식을 적용해 버블주기에 해당되는 폭약량과 수심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합조단이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1.1초 버블주기 곡선은 TNT 250kg 폭발량과 수심 9m에 들어맞지만, TNT 360kg과 수심 9m에 맞는 곡선의 버블주기는 1.3초가 나온다. TNT 300kg과 수심 9m에 맞는 것은 버블주기 1.2초 곡선이다. 합조단은 폭약량이 TNT 250~360kg에 수심 6~9m라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여기에 들어맞으려면 버블주기가 1.1초보다 길거나, 폭약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결국 폭약량이나 수심을 고치면 버블주기가 달라지므로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천안함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수록된 버블주기와 폭약량-수심을 나타낸 그래프.
 

지난 13일 재판에서 ‘TNT 360kg에 깊이 9m가 되려면 주기 1.1초가 안나온다’는 변호인 신문에 윤덕용 전 합조단장은 “이 식도 그냥 경험식(레일리-윌리 공식)이며 1.1초도 오차범위에 있다”며 “이는 큰 문제는 아니다. 합조단 내에서도 많은 얘기가 있었다. 이 식이 실제 상황과 맞는지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1.1초가 아닐수 있다는 것이냐’는 지적에 윤 전 단장은 “그렇다. 1.1초가 아닐 수 있다. 항상 오차범위에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함미프로펠러 휘어진 원인 “우리 실력으론 못밝혀내”

천안함이 좌초됐을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된 함미 우현 프로펠러의 손상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보고서 내용과 달리 법정에서는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스웨덴 조사팀은 이와 같은 변형은 좌초로는 발생할 수 없고, 프로펠러의 급작스런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8일 재판에 출석한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이 같은 프로펠러의 축밀림 현상이 폭발로 나타난 것이라면 실제 폭발로 전달된 힘과 축밀림 때 받은 힘이 같은지를 검증해야 하지 않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우리 실력으로는 어렵다”며 “폭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발 뺀 답변이었다.

폭발에 의한 현상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노 교수는 “좌초 등 다른 가능성도 조사했다”며 “저부터도 정황상 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조사해보니 ‘좌초’라고 보기엔 휘어진 부분에 모래에 의한 스크래치가 없고, 반짝거릴 뿐 아니라 선체 절단면이 좌초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폭발로 전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미 프로펠러의 우현만 손상돼 있고, 좌현 프로펠러는 온전한 이유에 대해 노 교수는 “우리들이 그것까지 원인 규명할 실력이 없다”며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우현 프로펠러쪽으로 힘이 많이 간 반면에 좌현으로 힘이 가지 않은 정황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실제와 달라

합조단이 보고서에 수록한 어뢰 폭발시 천안함 손상과정을 나타낸 시뮬레이션 이미지도 천안함 분리 과정을 정확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TNT 360kg이 수심 7m에서 폭발한 경우, 9m에서 폭발한 경우의 이미지를 보면 폭발력이 직접 전달되는 가운데에만 찢어지는 양상만 보여줄 뿐 함수, 함미, 연돌, 가스터빈으로 분리된 실제 천안함 손상 상태를 나타내지 못했다.

   
천안함이 수중폭발 때 파괴되는 과정을 나타낸 시뮬레이션. 실제 천안함은 가운데가 갈라지지 않고, 가스터빈이 떨어져 나갔다. 합조단 보고서 170쪽.
 

 

   
천안함 사고 직후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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