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11월2일, 서울 전역의 ‘스토리웨이’ 편의점 신문가판대가 텅 비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문 10여 종이 넘게 꼽혀있어야 할 매대에 경향신문만 진열돼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신문이 어디로 사라졌냐’고 궁금해했고 신문을 사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이 상황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한 신규업체가 편의점 ‘스토리웨이’의 신문 공급권을 따내면서 신문유통권을 둘러싼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판업체들이 신문공급을 차단하는 ‘갑질’을 벌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면서 애꿎은 독자들의 알 권리만 훼손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성우애드컴(성우)은 지난 9월30일 조달청이 개찰한 (주)코레일유통 신문 및 잡지류 공급계약 건에 낙찰됐다. 2015년 11월1일부터 2017년 10월31일까지 코레일유통이 운영하는 스토리웨이에 신문 및 잡지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성우는 각종 홍보물을 발간하는 마케팅 및 출판전문기업으로 신문 유통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11월2일부터 3일까지 스토리웨이 가판대엔 경향신문, 스포츠경향을 제외한 신문은 진열되지 않았다. 4일부터는 일부 매장에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타 매체가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모든 매장엔 공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우가 총판업체로부터 신문 공급을 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경향신문만 예외로 성우와 특판 계약을 체결해 공급이 이뤄졌다.

   
▲ 철도역 내에 위치한 편의점 '스토리웨이'에 공급되는 주요 일간지. (사진=이치열 기자)
 

총판업체들은 성우 측의 신문배달 차량을 직접 막으면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성우는 파지나 신문지국에 남는 배달용 신문 등을 동원해 임시방편으로 공급을 메우고 있다. 총판은 이를 막기 위해 성우에 신문을 파는 지국 앞에 기다리고 서 있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성우와 총판은 새벽마다 서로 쫓고 쫓기는 전쟁을 하고 있다.

수량·단가 모두 두 배 높게 제시… 성우 “횡포 아니냐”

성우는 총판이 ‘횡포’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언론사의 신문공급권은 각 사와 계약한 총판이 가지고 있어 성우는 총판에서 물건을 납품받을 수밖에 없다. 성우와 총판은 지난 10월15일부터 11월 초까지 협상을 진행해왔다. 총판이 성우에 처음 제시한 부수와 단가 기준은 일간지 11개 기준 월 약 7300부에 신문당 200원이다.

성우 측 관계자는 “신문 입고량, 단가 모두 필요 기준의 두 배 수준”으로 “이렇게 구매할 시 어마어마한 비용을 부담하게 돼 사업을 안하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중판단가’(총판에서 판매되는 값)는 조선일보의 경우 140원, 매일경제 50~70원, 문화일보 100원 등이다. 스토리웨이에 납품해야 할 29개 일간지 중 절반 정도가 무가지로 공급된다. 이에 비춰 200원은 ‘지나치게 뛴 값’이라는 것이다. 성우는 코레일유통이 집계한 지난 9월 일간지 일일 입고물량을 기준으로 조선일보 1050부, 문화일보 750부, 한국경제 300부, 아시아투데이 100부 등이고 성우는 이를 총판에 매매수량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총판은 각각 1600부, 1600부, 650부, 250부 등을 제안했다. 성우 측은 “위약금보다 더 무서운 부담”이라고 밝혔다.

협상을 진행한 총판업체 호동산업 관계자는 “처음 제시한 기준일 뿐, 협상을 하면 바뀔 수 있다”면서 “성우가 신규업자기 때문에 수량과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총판업체 관계자도 “신규업자는 신뢰하기 어렵다. 힘들다고 손 뗄 수도 있고 입금을 제대로 안 지킬 수도 있어 기존 계약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그럴 배짱도 없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업에 있어서 배짱보다 중요한 기준이 수익성이다. 성우 측에 따르면 지난 9월 스토리웨이에 공급된 10종 일간지가 약 3100부인데 총판은 6900부를 살 것을 요구한다. 필요물량보다 2배가 많은 수로, 전체 29종 일간지까지 고려한다면 이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성우 측에서 100원 이하로 가격이 형성된 신문을 200원에 사야하는 상황을 횡포라 여기는 것도 지나친 주장이 아니다.

공급독점체제 형성된 것 아닌가

총판 측은 “그러면 협상을 진행하면 될 것이 아니냐”라며 “성우는 총판들과 짧게 몇 번 만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성우는 “협상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성우에 따르면 협상 초기부터 총판업체들은 성우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우와 협상을 꾸준히 진행한 총판업체는 호동산업이다. 성우 관계자는 “(총판업자들과의 협상과정에서) 호동산업이 대표성을 가진다 생각했다”며 “호동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독점체제가 신생유통업체를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동산업은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입고량이 가장 많은 언론사의 총판권을 비롯하여 11개 총판권을 관리하고 있다. 성우는 “총판들끼리도 물건을 주고 받기 때문에 중소 총판이 대형 총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저희도 계약하고 싶은데 (압박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중소총판이 있다”고 말했다. 호동산업은 GS 편의점 신문 공급권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총판인 대일미디어는 동아일보 등 6개 총판권을 가지고 있다. 대일미디어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는 KR종합신문서비스는 KTX 특실 공급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판은 “우리에게 물건을 사려면 월 2~3000만원의 보전비를 내라. 이것도 안되면 사업을 포기해야죠”라고 말했다고 성우 측은 밝혔다. 성우가 ‘횡포’라고 주장한 이유다. 총판은 성우가 코레일로부터 저가 낙찰을 받았다며 예전 낙찰가와 현 낙찰가 차액, 판매부수감소액 등을 계산해 총판에 월 2000여 만원의 보전비를 요구했다.

총판 측은 “소주한잔 하면서 편하게 얘기하다가 나온 제시안”이라고 해명했지만 성우 측은 큰 압박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총판 측은 오히려 “시장 질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성우 측의 잘못”이라며 “이 바닥에 처음 들어올 때 그만한 손해도 안 지려는 배짱으로 무슨 사업을 하겠나. 신문을 만져보지도 않은 업자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관계자는 “공개입찰 경쟁을 통해 받은 사업인데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하니 니가 손 떼라’고 망하게 하는 건 지나치게 비윤리적”이라며 “이익 집단 간 다툼 때문에 독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무너지는 가판시장… 더 첨예해지는 이권다툼

이번 갈등을 두고 쇠락해가는 가판시장에 신규업자가 등장함으로써 벌어지는 치열한 각축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총판들이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신규업자의 진입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한 총판업계 관계자는 이 상황을 “어항은 계속 줄어드는데 붕어 수는 똑같아 산소가 지극히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판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총판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해도 지하철에서 1500부가 팔렸는데 지금은 20부가 팔린다. 인건비도 안나와 배달인력을 따로 쓰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매년 15%씩 부수가 떨어진다. 과거에 비해 절반이 총판시장을 떠났다. 20년 전엔 25명, 10년 전에 15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7명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유통 시장은 총판에 남은 몇 안되는 안정적인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판 시장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일반 가판, 항공사 납품, KTX 특실 납품, 스토리웨이(코레일유통)이다. ABC 협회는 현재 일반 가판 규모는 전체 신문 유통 시장의 3% 이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9년에도 3%였음을 고려할 때, 2015년 현재는 2%이하로 추정할 수 있다. 가판시장이 무너지는 가운데 그나마 편의점, 항공사, 코레일유통에서 수익이 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코레일유통의 이번 낙찰가는 2년 기준 26여억 원이다.

총판업체 대일미디어 관계자는 “스토리웨이 시장은 편의점 350여개가 확보돼있어 시장도 큰 편이고 광고효과도 상당히 있는 편이어서 신문업자들이 서로 운영권을 갖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을 신규업체가 차지하니 총판업체들이 더 치열하게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이번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 총판업체 관계자는 “이 시장에 먹거리가 없는게 제일 큰 문제다. 자유경쟁이니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먹거리가 없고 매년 쪼그라들어 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성우와 가장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일미디어 관계자도 “성우가 ‘저가낙찰’을 받아 가판시장을 더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며 “지금 우리는 가판시장이 무너지는게 가장 두렵다. 본전치기만 하겠다고 다들 애쓰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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