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에 고대영 사장 후보가 청와대에서 낙점됐다는 KBS 전 감사의 폭로가 나왔지만, 고대영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리는 등 선임 과정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지난 9일 KBS 노보를 통해 청와대의 KBS 사장 선임 개입 사실을 폭로했다. 강 전 감사는 인터뷰에서 "추석 연휴 때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KBS 이인호 이사장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했다"며 "고대영 사장 후보자가 (KBS 사장으로) 가는 경우를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는 16일 고대영 사장 후보 인사 청문회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인사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고대영 KBS 사장 후보,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16일 기자회견에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1개 협회는 17일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개입한 KBS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다"라며 "청와대의 KBS 인사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와 이번 사태를 주도한 김성우 홍보수석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고대영씨를 내리꽂기 위해 이인호 이사장은 물론 여타 이사들을 찍어 내리는 등의 적극적 '단속'을 벌였다"며 "사장 공모와 심사, 면접으로 이어진 선임 절차는 요식행위이거나 기만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17일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언론시민단체 11개 협회가 청와대가 개입한 KBS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동순 전 감사의 폭로에 따르면 청와대 지시를 받은 이인호 이사장은 KBS 이사장을 지냈던 인물과 KBS 차기 사장에 대해서 여덟 달 동안 논의 해왔지만, 청와대 지시를 받고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호 이사장과 함께 사장에 대한 논의를 한 인물은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된다. 

또한 강동순 전 감사는 작년 길환영 사장이 쫓겨난 이후, 청와대가 여권 이사들 표가 갈리면서 조대현 사장이 선임된 전철을 밟지 않으려 ‘단속’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사들을 단속하고, 그 단속 결과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고대영 씨를 찍은 것이다. 

함철 언론노조 KBS 본부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고대영 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청와대가 내리꽂으면 어떤 검증도, 어떤 부적격 사유도 소용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라며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너무도 분명하게 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함 부위원장은 "KBS 기자들이 국민들에게 기레기라는 말을 들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정권은 우리에게 다시 기레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은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KBS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은 알고 있던 일이고 색다른 것도 없지만, 강동순 전 감사가 이렇게 폭로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라며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되찾기 위해 제대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KBS 인사개입의 진상을 밝혀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즉각 해임하라”, “공영방송 인사에 개입한 박근혜 대통령 사과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노조 권오훈 KBS본부장과 집행부는 KBS 사장이 임명되는 24일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이날 "19일 쯤 고대영 사장 후보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 되냐 아니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24일이 첫 출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 후보가 어떤 모습을 취하는가에 따라 대처 양상이 달라질 것이므로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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