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대포 압력, 운용지침 어겼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은 물대포 운용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농민 백남기씨에게 2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최대 2800rpm 세기로 물대포를 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건장한 성인남성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정도의 세기"라며 "시위대와의 거리에 따라 물대포 세기를 규정한 경찰 내규에도 어긋난다"고 보도했다. 경찰 규정에 따르면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 내외로 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대포 운용 근거가 '고무줄'이라고 경향은 지적했다. 경향은 "인명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살수차 운용근거가 법이 아닌 경찰지침에 따른 것이고, 최루액 농도나 분사방식 등에 관해 구체적인 제한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살인적인 물대포 운용에는 헌법재판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1년 한미FTA 반대 집회때 물대포에 고막이 찢어진 박희진씨가 물대포 직사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끝내 이를 각하했다는 것이다. 박희진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때마다 이런 방식은 반복됐다"면서 "언젠가는 나올 수밖에 없던 참사"라고 비판했다.

3대 레퍼토리 '폭력' '시민불편' '종북'

조선과 동아는 연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집회 때마다 '폭력성 부각', '시민불편', '종북' 프레임을 들고 나온 이들 신문은 이번에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을 대중과 분리시키고, 집회가 의미하는 정부정책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백씨가 중태에 빠진 이유가 폭력시위에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백씨가 중태에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며 차도를 점거한 시위대가 폭력시위를 벌인 과정에는 상습 시위꾼이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가 격렬해진 배경에는 신고한 범위 내에서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하고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난사해 집회참가자를 자극한 탓이 컸다. 동아는 또 "과격시위로 인근주민과 상인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집회가 아닌 차벽설치로 인한 불편이다.

조선일보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도심 난동'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난동이라는 말로도 이런 무도한 행태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며 엄청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종북'프레임도 꺼내들었다. 조선은 "이적 단체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 통진당 세력까지 포함돼 이 난동을 벌였다"면서 통합진보당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조선일보 17일 기사
 

집회에서 시민죽여도 된다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감싸는 과정에서 근거없는 막말을 했다. 그는 지난 16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 "선진국에선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경찰이 그냥 (시민을) 패버린다. 최근에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80%는 정당하다고 한다"면서 "이것이 선진국의 공권력"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프랑스 테러와 이번 집회를 연결짓기도 했다. IS에 의해 자행된 테러와 국민의 집회참여를 같은 맥락으로 본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사법당국이 기본질서를 해치는 일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IS테러에도 이길 수 없다"면서 "프랑스 국민들은 질서있게 국가를 부르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데 대한민국 심장인 서울에서는 7시간 동안 무법천지가 됐다.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미국에서는 집회, 시위현장에 차벽이 등장하는 일도 없을뿐더러,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하는 일이 없음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잦은 시위, 과잉진압으로 몸살을 앓던 5공화국 때도 보기 힘든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17일 기사.
 

노무현 꺼내 문재인 잡나

조선과 동아의 민중총궐기 때리기 보도는 차기 대선주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때리기로 이어졌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어제 최고회의에서 민중총궐기 과잉진압에 대해 정부사과, 국정조사 실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정부에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동아일보는 또 다시 전가의 보도 '노무현'을 꺼내 들었다. 동아는 사설에서 "문 대표는 2003년 한총련 5.18행사 관련 시위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도 의무를 다해야 한다.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린 건 분명 잘못"이라고 밝힌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해 11월 '불법 폭력시위는 반드시 처벌할 것' 등 시위문화 4대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전쟁으로는 IS 없애지 못해

파리 테러에 프랑스가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지난 16일 프랑스군은 ‘IS 근거지’인 시리아 락까 공습했다. 복수에 또 다른 복수가 이어지는 구도다. 서방국가 중심의 국제사회 역시 IS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기고에서 "테러 분자를 궤멸하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로 테러 분자들을 양산하지 않게 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조속한 정치적 안정과 대폭적인 민생 경제 지원,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 제공, 전쟁 고아들에 대한 교육 기회와 취업 알선, 아랍 난민 수용 같은 노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죽음의 행진에 몰려드는 테러 세력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적없는 반기문, '방북'으로 치적쌓아 대선행?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임기 막판 '업적'을 만들어야 하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겨레는 "반 총장 쪽에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출신 사무총장으로서 방북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7일 기사.
 

그렇다면 반기문 총장이 업적을 세우려는 이유는 뭘까. 언론은 공통적으로 '반기문 대망론'에 무게를 뒀다. 동아일보는 "반 총장이 남북 관계에서 업적을 쌓아 대권 초석을 다지려는 일련의 '정치플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며 "반 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다면 '통일, 외교'를 콘텐츠로 차기 대선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파괴력있는 차기 대선후보군이 없는 친박계에서 반기문을 차기 대선주자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한겨레는 "북한이 반 총장을 통해 비핵화를 선언할리도 만무하고 미국이 조건없이 평화체제를 유지하자고 할 가능성도 상당히 낮다"면서 "중재를 할 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함께 나서지 않는 이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반 총장의 방북이 지나치게 국내정치용으로 부각된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걱정스러운 일은 반 총장의 방북을 국내 정치와 연관 지어 과도하게 해석하고 구구한 억측들이 난무하는 정치권 주변 분위기"라며 "정략적 목적을 위해 반 총장을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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