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들이 극단적인 발언으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지만 임명권자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책임을 외면한 채 외려 이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극단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반드시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사람이 이사가 돼야 하고, 한쪽으로 기운 사람이 이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성준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이사는 어느 한쪽으로 기운 사람, 다른 쪽으로 기운 사람들이 모여 구성하는 게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동성애자는 더러운 좌파”라는 발언을 한 조우석 KBS 이사는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극단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선임 과정에서) 과거 구체적인 발언까지 세세하게 파악이 안 됐다”,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때 샅샅이 검증할 시스템이 없고 여러 평판과 이력을 갖고 결정한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잘 된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최성준 위원장은 “고작 석 달이 지난 상황에서 평가를 스스로 하는 건 힘들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현재 공모가 진행중인 EBS 사장으로 뉴라이트 성향의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류석춘 이승만연구원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왜 그런 이야기가 도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직 공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않았지만 언론에 알려진 문제는 (심사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 방문진,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및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선임과정에서 ‘내정설’이 불거진 편향적인 인사들이 모두 안착한 것으로 볼 때 이명희, 류석춘 교수의 EBS 사장 선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참여연대 등 88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방통위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조우석 KBS 이사에 대한 해임안건 상정 요구서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다며 방통위원장에게 면담요구서를 보내기도 했다.

   
▲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위)과 유선 인터넷 가입자 점유율. KT스카이라이프 OTS 중복 가입자 제외, IPTV는 2015년 3분기 기준, 케이블 방송은 8월 말 기준, 유선 인터넷은 9월 말 기준. 자료=KDB대우증권
 

이날 최성준 위원장은 IPTV사업자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에 관해 “아직 인가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무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넘어오는 걸 고려하겠다”면서 “공정경쟁을 막거나 이용자 보호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PTV 유력사업자인 SK텔레콤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케이블 가입자가 IPTV로 옮겨갈 뿐 아니라 케이블시장 전반의 침체까지 우려된다. 그러나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의 편의를 배려해온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이들의 합병을 인가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음지에서 불법보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최근 일시적으로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고 시장과열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여전히 단말기유통법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는 보조금 지급액 상한선을 올릴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이전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던 저가요금제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보조금을 상향하거나 제도 자체를 당장 개선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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