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코드 맞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는 최근 ‘바른 역사교육’이란 타이틀로 15편의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다. 이 가운데 12편의 기사는 자체 기획기사 형식이며, 나머지 3편은 현 시점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고 있는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과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그리고 찬반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인터뷰로 처리했다.  

연합뉴스의 이번 기획은 기사 제목만 나열해 봐도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①이념 얼개에 엮인 ‘역사전쟁’…끝없는 진영대결 ②건국, 이승만, 박정희, 6·25…‘역사대립’ 핵심쟁점 ③교과서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선 ‘민중사관’ ④한국사 교과서에 비친 이승만·김일성 ⑤교사용 지도서·참고서 편향 논란 ⑥현장에서 빚어지는 편향 교육 ⑦교과서 개정 때마다 벌어진 ‘역사전쟁’ ⑧집필자 자격기준 없다시피한 역사교과서 ⑨거리로 나온 ‘역사권력’…헤게모니 충돌 ⑩검정교과서 ‘검정’에 손놓은 교육부 ⑪역사교과서 기준 틀 잡자 ⑫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일정 어떻게 되나. 

즉 정부의 주장인 한국사 ‘편향 교육’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현재의 교과서 검정 체제가 이같은 ‘편향 교육’을 방지하거나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 틀’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바른 역사교육’ 시리즈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 좌편향 논란에 군불을 떼 온 보수진영 일각과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정부 주장은 기사 앞부분에 상세히 다루면서도 이에 대한 반론은 논란 수준으로 처리하며 사실 검증을 피해갔다. 

   
▲ 포털 '다음'에서 검색한 연합뉴스의 바른 역사교육 시리즈
 

결론격이라 할 수 있는 ‘⑪역사교과서 기준 틀 잡자’ 기사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편향 논란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집필 원칙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사 왜곡이나 미화는 저부터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런 의지를 뒷받침할 구체적 집필 기준을 세워 공개하고, 그에 따른 교과서 기술 내용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라고 정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 기획 시리즈에서 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찬반 논란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듯 하지만, 조금만 뜯어봐도 형식적인 균형 보도 원칙마저 무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교육부 관계자의 발언을 제외하더라도, 12건의 기사에 인용된 인사 및 단체의 31개 인용문(동일기사 내 중복인용 제외) 가운데 단 2개만이 반대론자의 발언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국정화 찬성론자들의 발언이며 3건은 중간적 입장이었다. 국정화 반대론자의 입장인 2건의 경우엔 실명이 아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로 처리하거나 반대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논쟁의 목적이 전도됐다’는 식으로 처리됐다. 이번 기획 기사에 인터뷰가 인용된 한 교수는 “연합뉴스 기사가 나온 걸 보고 당황스러웠다. 나는 국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역사교육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국정화는 안 맞는다는 얘기도 했다”며 “인터뷰 의도가 다르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31개 인용문에 등장하는 실명 인사나 단체 대표는 새누리당(혹은 한나라당) 의원인 권철현, 원유철, 서용교 의원 3인을 제외하면 총 18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정화 반대론자는 단 2명에 불과하다. 특히 교과서 문제에 대한 전문가 멘트 형식으로 인용한 이들 중 6명(강규형, 권유미, 권희영, 박세일, 신형식, 최미숙)은 지난 2013년 “종북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공언한 ‘바른역사국민연합’ 임원이며, 1명(이영훈)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도한 뉴라이트교과서포럼 공동대표, 2명(조진형, 정경희)은 교학사 교과서 및 국정화 지지를 표명한 뉴라이트 성향 인사, 1명(양정호)은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 출신이었다.  

‘편향’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강행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획기사에, ‘종북좌파와 역사전쟁’이라는 편향적인 입장을 가진 특정단체 인사들이 해당분야 전문가로 대거 기사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는 정보주권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공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년 350억여원의 국민세금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획에서 보듯이 최근 연합뉴스는 국민의 알권리 보다는 박근혜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니다. 연합뉴스가 사실상 ‘국정뉴스’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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