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막후 권력을 광고계가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허남진 뉴스제휴평가위원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언론사 퇴출을 담당하는 퇴출기준소위원장에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를 교수를 선임했으며 입점을 담당하는 입점기준소위원장에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이들 소위원장은 평가위원들 의견수렴 없이 평가위원장이 직접 임명해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퇴출기준소위원장인 김병희 교수는 광고업계와 밀접한 인사다. 익명을 요구한 평가위원회 관계자는 “김병희 교수가 포털의 언론사 퇴출을 결정하는 소위의 위원장이 됐는데, 평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선임했다”면서 “광고주협회를 대변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병희 교수는 한국광고학회 연구이사를 지냈으며 지난달 광고주협회가 주최한 2015년 광고주대회에서 주제발표를 맡기도 했다.  

김병희 교수는 사실상 광고주협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서울신문 기고글에서 “(상당수 인터넷 언론이) 기업 관련 자료를 편의적으로 인용하거나 사실의 일부를 침소봉대함으로써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거나 기업 활동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포털이) 유사 언론 행태의 빈도가 높은 매체들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검색 제휴해지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9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명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삼성맨’이 평가위원으로 선임된 것 역시 광고계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언론진흥재단은 김태호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를 평가위원으로 선임했다. 다른 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언론계는 물론 언론재단과도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라며 “삼성이 유력한 광고주라는 점에서 광고주업계가 우회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론재단은 김태호 전 전무 선임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이 언론재단에 관련 회의록과 네이버와 카카오에 보낸 추천서 내용일체를 요구했으나 언론재단은 지난달 30일 답변서를 통해 “신문업계와 광고업계 등 다양한 의견을 구해 전문가를 추천했다”면서 “평가위원 신원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태호 전 전무 선임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언론재단이 준정부기관이기도 하고 김태호 전 전무가 평가위원이 된 데에는 승마협회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승마협회는 청와대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연관있는 단체로 전현직 삼성임원들이 대거 회원으로 있기도 하다.

한편 평가위원회 회의에서는 조중동이 주축인 신문협회가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평가위원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신문협회 추천 정동우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전 동아일보 기자)는 포털의 입점과 퇴출 권한 뿐 아니라 포털의 뉴스배치까지 평가위원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의 요구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6월 창립기념세미나에서 신문협회 소속 발행인들은 “평가위가 매체의 입점, 퇴출 뿐 아니라 제휴매체 선정기준, 뉴스 노출순위 알고리즘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평가위원들이 소속 이익단체의 요구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입점을 담당하는 소위원장인 배정근 교수가 신문협회 추천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 또 다른 평가위원회 관계자는 “포털, 시민사회단체, 방송업계 추천의 다른 평가위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정동우 교수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면서도 “입점권한을 신문협회가 쥐고 있고 허남진 평가위원장은 직함은 교수여도 중앙일보 출신이고 평가위원회에 신문협회쪽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평가위원회에는 신문협회와 신문협회의 닷컴사가 소속된 온라인신문협회 평가위원 뿐 아니라 인터넷신문위원회 추천 허남진 평가위원장(전 중앙일보 논설주간), 신문윤리위원회 추천 민병욱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전 동아일보 출판국 국장) 등이 신문협회 소속 언론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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