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가 개최한 반공주의(반공산주의) 웅변대회에서 진행을 맡은 호준석 YTN 앵커가 “반공은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라며 “제가 알기론 반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통합진보당 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보도 전문 채널 YTN의 간판 앵커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강제일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전국 교회의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학생 등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웅변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별세한 평강제일교회의 박윤식 원로목사는 6·25 참전 상이군인 출신으로 교회의 웅변대회는 그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 현직 군장교, 교회에서 “사회 곳곳에 위장간첩 침투”>

이 교회 장로인 호준석 앵커는 2013년에 열린 제7회 나라사랑 웅변대회에서 객석에 앉아있던 당시 김인태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비상대비기획국장을 소개했고, 그의 발언이 끝나자 “사실 반공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가치”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민주당도 반공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 앵커는 “이 당연한 얘기를 지금까지 쉬쉬해야 했던 분위기가 잘못된 것”이라며 “제가 알기론 반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통합진보당 밖에 없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평강제일교회 장로인 호준석 YTN 앵커(왼쪽)는 나라사랑 웅변대회 사회를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8회 나라사랑 웅변대회. (사진=평강제일교회 유튜브)
 

이에 앞서 김 국장은 “국가에서 하지 못하는 행사를 평강제일교회가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제 욕심 같아서는 내년도(2014년)에는 국방부, 안전행정부, 보훈처, 통일부 등이 후원할 수 있도록 해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자들이 공문으로 정식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사랑 웅변대회는 2013년 7회 대회 때 처음으로 일선 군부대의 자체 예선을 거친 장교, 사병 등이 연사로 참가했다. 대회 심사위원장은 이인호 현 KBS 이사장(당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었다. 

호 앵커는 연사로 참여한 고등학생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언급하자, 학생의 연설이 끝난 뒤에 “웅변에서 얘기했던 다큐 ‘백년전쟁’, 이게 소리없이 조회수를 수백 만까지 높여가고 있을 때 청와대 초청 국가 원로 오찬에서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처음 제기해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한 분이 있다”며 “오늘 심사위원장으로 오신 이인호 위원장님”이라고 설명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다. 

호 앵커는 이인호 이사장에 대해 “한국 지식인 사회의 양심, 등불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며 “평생 역사학자이셨다. 이인호 교수님께서 오늘 심사위원장 맡아서 애쓰셨다”고 격려했다. 

이 대회 연사로 참여한 현역 군인들은 “종북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등 논란이 될 만한 발언도 서슴없이 꺼냈다. 

대회 연사로 참여했던 신병교육대대 소대장 김아무개 소위는 “종북세력들과 북괴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현재까지 같은 수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를 좀먹고 있으며 이들의 목적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공산화, 적화통일”이라며 “월남도 공산화 당시 지금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 내부 곳곳에 위장간첩이 침투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종교인 심지어 군 내부까지 침투했던 결과 600만 명이 학살당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심사위원장으로 연단에 선 뒤 “처음으로 나라사랑 웅변대회에 참가했다”며 “너무나 감동을 받아서 심사평보다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주업으로 한 사람인데 정말 부끄럽다”며 “너무도 감동스러운 자리이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교회에서 해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권영희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YTN 앵커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편향된 시각에 대해 우려하는 내부 구성원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호 앵커는 10일 “YTN 앵커로서 참여한 것이 아니라 교회 신자로서 행사 진행만 맡았던 것”이라며 “웅변대회에서 나온 발언과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신앙 영역에서 행한 사적인 일에 공적인 기준을 대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호 앵커는 ‘통합진보당 발언’에 대해 “한국의 정당 가운데 통합진보당은 반공이라는 가치 범주 밖에 있는 정당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이는 국가기구인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 앵커는 “지난 20여 년 동안 보도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교회 행사 진행이) 보도에 영향을 끼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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