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과 지상파가 한 목소리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객관성‧ 공정성 심의에 적발된 방송사의 벌점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이어 지상파방송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는 10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언론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하거나 재난방송·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받을 경우 재승인 때 벌점을 현행보다 2배 부과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의 정정보도 및 명예훼손 판결에 대한 감정항목이 신설되기도 했다.

방송협회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학계·시민단체도 방통심의위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심의 제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통심의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협회는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정성·객관성에 더해 선거방송 심의에 대한 감점까지 강화함으로써 방송평가 및 재허가를 통해 방송사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52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지상파 4사 사장단이 UHD 비전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대현 KBS사장, 이응모 SBS사장, 신용섭 EBS사장, 안광한 방송협회장(MBC사장). 사진=방송협회 제공.
 

개정안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이번 개정안 논의는 최근 티타임 세 번이 전부”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포털을 압박하고 문화부는 인터넷신문 등록기준을 강화했고 방심위는 심의규정을 강화했다. 언론중재위는 댓글 삭제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전방위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여당 추천위원이 다수인 심의위 구조상 편파심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은 자사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원론적으로 방송협회의 주장이 타당하지만 편파왜곡 방송을 해온 언론사들이 자사에 불이익이 돌아올까 염려돼 ‘언론자유’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협회가 성명에서 “방송평가가 재허가 등에 연계되어 있는 점을 악용해 소송이나 정정보도 신청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힌 점도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종편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기사를 통해 심의규칙 개정에 반발했다. 이들 신문은 “관치방송을 강화하려는 발상”(조선일보), “방통위가 권력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길들이려하는 것”(동아일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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