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 발표 과정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에 의한 폭침 도발로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부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온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이 반박에 나섰다.

천안함 반파 당시 감지된 지진파의 파형과, 113m 크기의 잠수함과 같은 원통형 철제의 충돌시 나타나는 고유진동수(조화주파수·harmonics frequency)가 일치한다는 이른바 ‘잠수함 충돌론’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는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3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발표내용을 비판했다. 황 총리는 특히 미국소행이나 암초 충돌론을 허위주장이라고 비난했었다.

김 교수는 “황 총리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합조단보고서를 정론으로 보고 말한 것 같다”며 “5년을 끌고 있는 재판과정이고 끝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법 전공하신 분의 얘기로는 믿기지 않다. 옳지 않은 주장이다. 상식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 소행이나 암초 충돌로 허위주장하고 있다는 황 총리 주장에 대해 “나는 일관되게 합조단 보고서가 엉터리로 보인다고 주장해왔다”며 “황 총리는 그냥 군 당국 발표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맹신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자신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모르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기자회견 발표후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황교안 국무총리.
ⓒ노컷뉴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
 

또한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진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박사)도 7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황교안 총리의 주장은 틀렸다”며 “북한의 만행이라는 증거를 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박사는 ‘일부 역사교과서에 천안함 사건이 빠져있으며, 북한 군사도발이 최소한도로 서술돼 북한의 침량야욕을 은폐 희석시킨다’는 황 총리의 주장도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5년 여 밖에 되지 않은데다 논쟁중인 천안함 문제를 교과서에까지 실으려할 정도로 조급해하는 이유에 대해 김황수 교수는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풍자했다. 안수명 박사도 “현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천안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흡착물질을 분석해 폭발재로 볼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연구분석실장은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공식입장이 북한에 의한 폭침이고 야당도 이에 동의했지만, 저의 흡착물에 대한 연구결과는 해당 물질이 폭발생성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므로 당연이 공식결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연구실장.
 

양 박사는 “그럼에도 이런 의문들이 의문의 수준을 넘어 공식결론이 뒤집어 지지 않는 한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고 교과서에 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박사는 그 이유로 미국의 9·11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에도 △국제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나서 생긴 먼지에서 발견된 폭약 잔류물 및 녹은 철가루(빌딩화재는 쇠를 녹이지 못함) △무너진 자리에 일주일 넘게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쇳물 △중력가속도로 무너지는 쌍둥이 빌딩과 특히 직접 피격당하지 않은 7번 빌딩이 화재로 중력가속도로 무너지는 장면 등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이 답하지 못한 천안함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의문들이 제기됐으나 미 정부의 조사결과가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 및 사회과목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양 박사는 전했다. 그러나 9·11 사건은 14년 전 발생했을 뿐 아니라 미국 교과서 발행체제는 검인정 교과서라고 양 박사는 전제를 달았다. 

양 박사는 “검인정 교과서인 미국과 달리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국정화되면 나중에 천안함 의문이 노력 끝에 해소되어도 교과서에 새로운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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