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 청계광장에서는 또다시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세월호를 잊지않겠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1년을 기념해 ‘11.7 기억과 다짐의 날’을 열었다. 빗줄기는 거세어졌나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고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온전한 선체인양을 촉구했다.

문화제는 특별법 제정 이후 1년의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세월호특별법에 근거한 ‘특별조사위원회’는 다양한 난관에 봉착해왔다. 지난 1월 1일부터 위원들의 임기가 시작함에도 청와대는 3월 5일에야 임명장을 수여했고 8월까지는 활동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 특조위를 무력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4월 특조위 내 파견공무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4·16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민간특별조사위원의 비중은 대폭 줄이는 시행령을 제정해 세월호 진상규명에 의지가 있느냐 비판을 사고 있다.

   
▲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 날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무대에 올라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 운영위원은 지난 7월16일 세월호 추모집회를 신고없이 열었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수감돼 5일 전 11월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운영위원은 “그동안 우리가 확인한 것은 특별법을 보통법으로 만들어 버리고 특조위마저 무력화시키며 진실을 억지로라도 덮으려했던 정부”라며 “이제부터 더 제대로 싸울 준비를 해야한다. ‘4.16운동’을 통해 잘못된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발언했다.

‘예은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보석같은 사람이라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박래군을 탄압하는 것은 우리 가족들을 탄압하는 것이고 구속하는 것은 우리를 영원히 가만히 있어라고 하는 것”이라며 반가움의 인사를 전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우리 아빠들이 팽목항에서 동거차도를 지켜보고 있지만 바다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며 “작년엔 10월을 넘어가면 수색을 못한다고 철수하더니 중국은 11월 말까지도 작업을 한다. 왜 매번 정부는 이런 식인지 열불이 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12월 중순에 특조위 첫번째 청문회하기로 했다”며 “과연 (책임자를) 불러낼 수 있을지, 불러내도 나올지, 나오더라도 청문회가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 쌍용차 가족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권지영씨가 영상을 통해 세월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 날 무대엔 다양한 소속의 발언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외에도 세월호와 관련된 문제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민간잠수사 김관홍씨는 동료잠수사가 기소된 데 대해 “경찰의 책임인데 민간 잠수사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있다”며 “많이 울면서 거리를 헤맸는데 그나마 여러분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간잠수사 공우영 씨는 동료잠수사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구형받고 11월22일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초원 교사의 대학 선배도 무대에 올랐다. 공주대학교를 졸업한 박성영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인정 대책위원회’ 위원은 “죽임이 임박한 순간에도 자신의 조끼를 담임학생들에게 입힌 선생님을 ‘민간근로자’라고 하는 인사혁신처는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짓고 있는 지 모를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 정부에 누가 선생님들처럼 할 수 있겠냐”며 “인사혁신처, 교육부, 아니면 사고 당일 7시간이나 행방이 묘연한 뒤 나타나 왜 학생들이 나오지 않냐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대학생 참가자의 모습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깃발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청년·학생 단체의 깃발이었다. 더불어 만드는 우리세상 국민대 모임, 서울청년네트워크, 고려대 청년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외대학생들, 새싹학교 등 다양한 청년 단체가 함께했다.

‘새싹학교’의 김아무개씨는 “고3 때 세월호를 지켜봤던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고자 새싹학교를 만들었다”며 “유가족과 함께 기차를 타고 팽목항에 갔던 ‘약속열차’에 참여하며 세월호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세월호, 국정화, 노동개악 등 여러모로 절망하기 쉬운 때 함께 모여 희망을 만들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민대에 입학한 최준혁 씨도 “점심 급식을 먹다 세월호를 봤다. 시험과 학업때문에 그때는 행동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매주 토요일 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세월호를 잊어라, 과거의 민주화운동을 잊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조위는 8월이 돼서야 예산을 지급받았고 지난 9월14일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첫 조사신청을 받아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월1일을 특조위 개시 시점으로 보면서 특조위의 실질적 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조위는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인 내년 6월 임기를 종료하게 된다. 4·16연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과 인양 조사 예산, 특조위의 선체에 대한 직접조사에 대해서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날 ‘11·7 기억과 다짐의 날’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최헌국 예수살기 촛불교회 목사 등 6명이 대표로 무대에 올라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 진상규명을 위한 우리의 연대만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세상 만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라며 “반쪽짜리 제정 특별법에 시행령이 특조위를 옥죄어 이제 겨우 조사가 시작됐다. 활동 기한을 줄이고 예산을 삭감하려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 더 돈독하고 광활한 연대를 만들어나가자”고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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