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선임에도 뉴라이트 인사 내정설이 나돌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에 이어 교육방송마저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6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앞장 선 뉴라이트 인사들이 EBS 사장 내정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아이들과 청소년이 주 시청자인 교육방송마저 이념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요식 행위에 불과한 EBS 사장 공모를 즉각 중단하라”는 규탄 성명서를 냈다.

신용섭 현 EBS 사장의 임기가 오는 29일에 종료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EBS 사장 공모를 공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EBS 사장 선임권을 가진 기구다.

   
▲ EBS 사옥
 

언론노조는 “공주대 이명희,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류석춘 교수 두 사람이 내정자로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다”며 “두 사람은 방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을 갖추기는커녕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을 구현해야 할 공영방송 사장에 가당치도 않은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현 상황을 “KBS, EBS, MBC 방문진 등 공영방송 3사 이사회는 이미 역사왜곡, 이념편향 인사들로 가득하다”며 “공영방송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선전부대로 동원하고, 급기야 교육방송마저도 국정화해 역사왜곡 교육을 완성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이 방통위를 통해 실현되기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방통위는 ‘교육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역사왜곡, 이념편향 인사의 배제’를 선언해야 하며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구현, 방송 및 교육 철학, 전문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하는 EBS 사장 선임’을 시청자-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내 “(이명희는) 역사학계는 물론 온 나라를 ‘이념전쟁’으로 몰고 간 ‘역사파동’의 주범”이라며 “정부가 다른 곳도 아닌 ‘교육방송’의 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철저히 짓밟고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명희 교수와 류석춘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친일·독재 미화로 큰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대표 저자다. 이 교수는 지난달 21일 광복 70주년 학술회의에서 친일 인사들을 ‘건국의 아버지’로, 5.16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칭송해 또 논란을 빚었다.

류석춘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임과 동시에 새누리당과 연관된 이력이 많다. 류 교수는 2006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과 18대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교과서포럼 준비위원회 간부 및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했고 2011년엔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홍정배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EBS 핵심 가치 중 하나라 헌법 31조에 보장된 교육의 중립성인데 편향된 인물이 사장이 되면 이 가치가 지켜질 수가 없다”며 “학생들의 역사관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홍 지부장은 “유관순 열사가 교과서에서 다 빠졌다는 이유로 검인정 교과서를 좌편향이라 처음 비판한 사람이 EBS의 조형곤 이사”라 지적하며 “EBS 전체가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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