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된 문화일보 신입기자 채용 면접 전형에서 사상검증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사 국정화 등 이념 갈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국일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묻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어 응시생들 사이에서 “질문 수준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질문은 ‘우리나라 건국 시기를 박근혜 대통령은 1948년, 이명박·김대중 대통령은 1945년으로 보는데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김구 선생은 효창공원에 기념관이 있고 기념행사도 잘 이뤄지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기문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서 지지하는가?’, ‘다음 정부는 진보정권이 돼야 하나 아니면 보수정권이 돼야 하나?’ 등이다.

문제는 문화일보 면접관의 질문 의도와는 별개로 ‘을’의 입장에 선 지원자들은 ‘문화일보 논조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고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일부 응시생은 “신문 논조를 고려해 내 생각과 달리 집권여당에 맞는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건국절은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일부 보수진영이 주로 주장하는 개념으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보수진영과 현재 정부·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근거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문화일보 지원자들은 “회사의 논조가 있고 지원자 성향을 보는 것은 회사 자유인데, 이번에 제시된 질문들은 노골적으로 정치성향을 드러내길 강요하는 것 같아 문제로 받아들였다”며 “행여나 정치 성향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지원자 A씨는 “특정 후보에 대한 사견을 물어 불편했지만 현 집권정당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B씨도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면접에서는 업적이 부각돼야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지원자 C씨는 “질문 대부분이 현안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정치 성향에 대한 질문인 것 같았다”며 “면접 대기자들끼리도 면접을 보고나서 ‘사상검증 같았다’는 얘길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면접관 중 한명이었던 최영범 편집국장은 지난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일부 면접관이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맞지만 사상검증을 한 게 아니라 사고력을 본 것”이라 해명했다. 최 국장은 “특정 정권이나 인물을 부정한다고 해서 점수화하는 게 전혀 아니”라며 “우리 방식대로 함께 일 할 사람을 뽑는 전형 방법인데 질문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외부의 시각은 달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논리적인 생각을 보는 거라면 어떤 질문이든 문제가 없다”면서도 “지원자의 이념이 결과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 모르는 것이 문제이고, (문제가 된 질문은) 논조를 고려하면 취지가 뻔히 보이고 답이 있는 질문이어서 지원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도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신문을 막론하고 성향을 다 가지지만, 그것이 채용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나 결정적인 요인이 되면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화일보 노동조합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면접관이 그렇게 물어봤을 때 면접 보는 사람이 그렇게(사상검증이라고) 느꼈다면 문제가 된다고 본다”며 “일단 노조에선 면접 전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지원자들에게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회사에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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