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맞춰 ‘국민의 뜻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청년하다, 학생 행진, 노동자연대 이화모임,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이화여대네트워크 등 학생단체는 이날 오후 대강당 앞에서 박 대통령의 이대 방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화여대 대강당에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제50회 전국여성대회가 열렸다. 

박 대통령은 대회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해 "여성의 발전이 곧 우리 사회의 발전"이라며 "여성이 잠재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대한간호협회, 여성중앙회, 각 시·도 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단체 65개가 모인 협의체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이화여대 교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반여성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등을 규탄하며 학교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대학가에서 커져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느냐”며 “위안부에 대해 '동지적 관계' 운운하는 교과서를 추진하는 대통령의 방문은 필요 없다”고 밝했다. 또다른 학생도 발언에 나서 “노동개악으로 우리 청년들 일자리 계속 불안정하게 만들고, 위안부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따라갔다고 하는 역사관을 가진 이들을 역사책 만드는 사람들 데려가면서 어떻게 여성대회 오실 생각 했느냐”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한 학생들은 대강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려 했으나 사복경찰의 저지로 오르지 못했다. 경찰 병력과 학생 간 대치가 격렬해지며 학생들이 뒤엉켜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매일같이 지나가는 길인데 무슨 이유로 막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화여대에 투입된 경찰 병력은 300여 명이다. 

   
▲ 사복경찰과 대치중인 이화여대 학생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투입된 병력은 300명 가량이다. ⓒ민중의 소리
 

기자회견은 2시간 가량 계속됐다. 오후 3시께 박 대통령이 행사장을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학생들은 다른 길을 통해 두차례 대강당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모두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학생 100여 명은 4시10분경 학생문화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진 후 항의 집회를 마쳤다. 

기자회견을 함께 준비한 노동자연대 이화모임의 양효영씨(24)는 “어제 밤 10시경 우연히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박 대통령이 전국여성대회를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돼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학생 단체들과 총학생회가 함께 기자회견을 준비하게됐다”며 “교과서 국정화로 사회가 시끄러운데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을 대표할 자격도 없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를 보여주려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OECD 남녀 임금격차 1위에다 시간제 일자리로 여성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통령이 여성에 대해 말하는 게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반(反)여성적 정책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노동개혁 반대 △ 대학 구조조정 반대 등 4가지를 비판기조로 삼고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 마무리 집회 후 바닥에 놓인 피켓들. 이날 학생들은 △박근혜 정부의 반(反)여성적 정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노동개혁 반대 △ 대학 구조조정 반대 등을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단과대 학생회에서 일하면서 기자회견에 함께한 또다른 학생은 “애초엔 15명 밖에 없었으나 지나가던 학생들이 기자회견에 참가하면서 오후 2시경엔 150명으로 늘었다”며 “학내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대강당 앞을 지나던 이화여대 학생 최아무개씨(22)는 “박 대통령은 여성의 지지가 아니라 아버지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므로 여성의 역사에 박대통령을 넣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신입생 김아무개씨도 “국정화 교과서는 주변 사람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당연히 해야될 일”이라고 밝혔다. 

대학탐방 차 이화여대를 방문한 일산저동고등학교 1학년 학생 8명은 한목소리로 “우리도 기자회견 옆에 서서 참가했다”며 “친구들 대부분이 국정화 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전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은 학생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강원도 정선 새마을부녀회 회장 손아무개씨(62)는 “춥고 배고팠던 엄마들 시대를 겪어봤으면 학생들이 현명하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그 시절 새마을운동, 여성운동을 하면서 나라를 일으켰다. 기자회견은 보기 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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