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3개월 단위로 짧게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입국을 허가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초단기 계절 불법파견을 중단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 계단에서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노동제 도입을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가장 열악한데 또 이런 초단기 계절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만 가중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농번기의 극심한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을 단기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험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안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포함돼있다.

기존 외국인 인력 도입 정책인 고용허가제는 체류기간 1~2년 이상의 장기체류자에 맞춰져 짧은 기간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농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취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자체가 필요한 인력을 법무부에 제출하면 법무부는 심사를 거쳐 단기취업(C-4) 비자를 내주고 지자체가 이주노동자를 농가에 배정하게 된다.

   
10월 24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서울역 광장 인근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펴낸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하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283.7시간에 달한다.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71.1%고 68.9%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67.7%가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판넬로 만든 가건물에 거주하며 47.2%가 부당한 처우에 항의했더니 해고·추방 등을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서울지부 운영위원장은 이 날 발언에 나서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심각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겪는데 정부는 이들보다 더 취약한 계절노동자까지 만드려고 한다”며 “현대판 머슴제도를  만드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계절노동자들은 한국어가 더 서툴고 고용허가제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아 더 심각한 인권침해가 예상된다”며 “단기비자의 경우 외국인 등록도 하지 않아 건강보험가입 등 여러가지 보호제도에서도 배제되는데 법무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14년 10월18일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이란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날 발언자로 나선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파카스씨는 “단 한 번의 농사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불법 이주노동자가 많다고 하는데 정부가 먼저 좋은 규칙을 만들어 지킬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자들은 이날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적인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발언도 규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외국인근로자에게 너무 큰 혜택 줘, 차등지급이나 (이주노동자를)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같은 당 안홍준 의원은 “국내 근로자하고 외국인 근로자 간에 생계비 차이가 남에도 (최저임금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굉장히 부담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 파카스씨는 “우리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계절노동자 고용을 희망한 충북 괴산군과 보은군에 한해 2016년까지 시범운영을 한 후 본격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법무부에 문의한 결과 당장 26일에 중국 길림성 출신 이주노동자 19명이 괴산에 도착한다”며 “통역은 1명 밖에 없어 당장 언어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지자체가 숙소상태, 근로계약서 작성여부, 최저임금 준수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는지 불분명한데 법무부가 그에 대한 대책을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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