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음란물’이라며 웹하드 업체들에게 차단을 지시한 콘텐츠 목록에 CJEnM의 ‘천일야화’등 합법 콘텐츠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웹하드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웹하드업체들이 소속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가 방통위의 ‘음란물 데이터 해시값(영상의 특성을 축약해 암호화한 수치)’을 일부 분석한 결과 합법 저작물로 확인된 콘텐츠가 70건에 달한다. CJEnM이 제작한 드라마 ‘천일야화’, 루믹스미디어가 만든 ‘지상렬의 노모쇼’ 등 TV에서 방영된 콘텐츠가 불법음란물로 분류됐다. KT계열 콘텐츠 배급사인 KTH가 판권을 갖고 있는 ‘Q-섹스힐링’·‘롤플레이’, iMBC가 판권을 갖고 있는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 미콘이 배급한 ‘올 어바웃 안나’ 등 국내개봉작 영화들도 불법음란물로 분류됐다.

웹하드 업체들은 지난 4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불법음란물’을 직접 차단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웹하드 업체가 ‘불법음란물’을 차단하지 않으면 영업정지 또는 최대 등록취소의 처벌을 받는다. 개정안은 지난 4월16일 시행됐으나 ‘불법음란물’의 기준이 모호하고, 영상을 차단을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에 6개월 유예기간을 둬 지난 16일부터 적용됐다.

   
▲ '천일야화2' 포스터.
 

웹하드 업체들은 방통위의 데이터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웹하드 업계의 대변단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의 김호범 사무국장은 “해시값을 분석할 때마다 우리가 정식으로 거래를 하는 콘텐츠가 불법음란물로 분류된 게 추가로 나오고 있다”면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웹하드 업계 관계자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웹하드업체와 콘텐츠 제작사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하드 업체들이 하소연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개정안을 도입할 당시 불법음란물에 대한 정보를 새로 구축하거나 민간의 영역에 둘 수 없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기존에 만든 청소년 유해매체 리스트의 해시값을 쓴 것”이라며 “합법적 저작물이 나오는 경우 그때그때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해시값 목록을 만든 방통심의위 정보건전화팀 관계자는 “합법적 저작물이라도 ‘모음집’ 등으로 영상이 재가공 돼 유통되는 경우  제휴콘텐츠 표시가 돼 있지 않아 불법음란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불법음란물의 기준을 정하고 웹하드 업체에게 책임을 물린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음란물인지 아닌지, 그래서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불법콘텐츠를 차단할 의무를 사업자에게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정보매개자에게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게 국제적인 추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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