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기술했다”고 말했다. 역사학계 집필거부 선언 등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에도 기존의 입장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22일 여야대표단 5자회동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만 확인했으며, 회동 뒤에도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날 회동에 참석했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5자 회동에서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인하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기술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현대사 분야가 특정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전교조와 민족문제연구소의 인맥으로 집필진이 구성돼있다”며 “현재 역사교과서는 6.25전쟁에 대해 남과 북의 공동책임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을 마친 후 이 대표의 브리핑에 따르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역시 “교과서 집필진의 약 90% 이상이 좌파”라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대표적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도 국정교과서에서 검정교과서로 바뀐다고 한다”고 말했으나 김 대표는 오히려 “이 세상에 분단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분단국가에서는 국정교과서가 유일한 방안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22일 오후 여야대표단 5자 회동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라며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는 국정교과서 이슈에 대해서만 30분 이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우리 역사학자 2000명이 국정화교과서에 집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전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논쟁을 이어갔지만 역사 문제에 관한 인식 그리고 교과서 국정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큰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역시 “여당 측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반박했고 언론에도 계속 보도됐지만 여당은 이런 것들을 단 한 차례도 듣지 않고 실제교과서도 보지 않은 것”이라며 “애초에 국정화 방향을 정해놓고 계속해서 고장 난 레코드처럼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과 여당 측이 지금까지 국정교과서에 대한 야당 측과 역사학계, 시민들의 반대여론에도 상관없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이번 5자 회동에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야당 측에도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브리핑이 끝난 후 여당과의 충돌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별로 언성을 높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 벽 같은 말, 반복되는 말만 반복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교과서에 대한 주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5자 회동에 전략 없이 임한 모습이다.  

회동 이후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문재인 대표는 “앞으로의 대책은 논의해봐야 알 수 있고 국정교과서를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해야겠지만 국회일정을 전면 중단한다든지, 예산심사를 거부한다든지 할 예정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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