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5위, 시가 총액 28조를 기록하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2015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서비스부문 ‘2015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열어 롯데그룹 서비스부문 계열사들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양산 실태와 청년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고용관행을 고발했다.

청년유니온이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알바몬·알바천국 등 온라인 채용공고에 올라온 롯데그룹 외식·유통·관광 부문 계열사 207개 일자리 수준을 분석한 결과 평균 시급은 5907원, 평균 월급은 103만 원으로 나타났다. 청년 유니온은 “평균 시급이 2015년 법정 최저임금 5580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며 월급 또한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평균 시급이 가장 높은 관광 부문 사업장(롯데호텔&리조트/롯데면세점/롯데월드)의 평균 월급도 중위임금 200만원의 2/3에 못 미치는 13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청년노동자의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용직, 계약직, 파견·도급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롯데 전 사업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운영되는 가운데 롯데시네마의 경우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0개월 계약직 직원을 고용한다.

최근 롯데호텔은 매일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며 1년 이상 근속한 청년노동자를 무더기 해고한 바 있다. 이들은 주당 40여 시간을 일했음에도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일용직 근로계약서를 매일 작성했고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청년유니온은 “롯데는 오래 일할 수 있으면서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는 한 해고자의 말을 전했다.

   
▲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이 함께 22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청년유니온 주최 '서비스부문 2015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롯데 계열사에서 일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롯데는 ‘사람이 귀하지 않은 기업’이라 부른다”며 “‘롯데 안의 모든 사람을 가족으로 여기고 그 들이 느낀 고통을 내 가족의 고통으로 느껴라’는 신동빈 회장이 아끼는 임직원 행동강령이다. 신회장과 임직원이 생각하는 가족은 누구인가”라 반문했다.

이 날 시상식엔 지난해 롯데호텔에서 해고돼 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김영씨도 참석해 ‘시상소감’을 밝혔다. 김씨의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분쟁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롯데호텔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씨는 “수많은 내 또래 친구들이 롯데에서 일하고, 또 평생 직장은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이 나처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피멍이 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꺾기’, ‘봉건적 조직문화’, ‘이력서 갑질’ 등도 수상의 이유로 선정됐다. 청년유니온이 제보를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리아에서는 출근 카드를 찍기 전에 청소를 시키거나 퇴근시간 한두 시간 전에 퇴근카드를 찍게하는 꺾기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유통부문 계열사에선 매출압박으로 인해 손님은 왕이라는 교육이 이뤄지며 사장이 방문할 시 전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입구에 대기하는 ‘무언대기’ 관행도 이뤄지고 있다. TGI프라이데이, 하이마트 등의 계열사에서는 이력서에 종교, 신장, 체중, 부모 직업 및 인적사항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에게 청년착취대상을 대신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 위원장은 시상식에서 “서비스부문에 종사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며 “신동빈 회장과 가족들이 다투어야 할 것은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통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물의의 면죄부마냥 약속한 청년고용확대는 의미가 없다”며 “‘좋은 일터’를 가꾸고 청년이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여된 꽃다발과 상장은 롯데그룹 본사에 전달될 예정이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서비스부문 종사자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임원진 면담, 롯데호텔 부당해고 관련 행정소송 철회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및 고용안정대책을 요구할 것”이라며 “청년유니온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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