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국회인턴유니온이 발족한다. 국회인턴유니온은 국회에서 청년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한 열정페이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지만 정작 국회 내의 노동착취문제는 방치돼왔다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1시30분 국회인턴 유니온 준비모임은 노조설립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철 국회인턴 유니온 준비위원장은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들은 불안한 계약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조건으로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며 “9년째 최저임금기준으로 동결된 국회인턴 처우개선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노조설립이유를 설명했다.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무대책으로 노출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인턴 유니온 준비모임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등이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인턴‧입법보조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인턴들은 주당 평균 58.8시간 일하는 반면 임금은 13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수치다. 

또한 같은 조사에 따르면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의 노동조건은 장시간 저임금이지만, 실제 수행 업무는 입법보좌의 전 영역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인턴‧입법보조원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은 홍보업무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전체의 86% △정책업무 경험 91% △공보업무 경험 86% △수행업무 경험 75% 등 사실상 입법보좌의 모든 영역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영철 국회인턴유니온 준비위원장은 “청년 일자리 보호를 외치는 국회가 수년째 변하지 않는 처우에도 입법과정을 지원해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일해 온 인턴·입법보조원에 대한 처우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국회인턴유니온 준비모임은 이날 2시 영등포구청에 노조설립서를 제출하고 이후 △국회 사무총장과의 교섭 △국회인턴 임금현실화 △입법보조원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요구해나갈 예정이다. 

   
▲ 21일 국회인턴유니온 준비모임은 이날 오후 2시 영등포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공식으로 출범한다. 사진=정민경 기자
 

하지만 국회인턴유니온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새누리당 의원실 국회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국회인턴유니온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지만 실효성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특정한 당에서 주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당 소속 국회인턴들이 현실적으로 합류 할 수 있을까 싶다”며 “또한 안정적으로 일터가 보장된 공무원노동조합도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비정규직인 국회인턴 등이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정 당에서 주최해 다른 당의 국회인턴이 합류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경용 정의당 청년·학생위원장은 “국회인턴유니온 조직 자체는 초당적 협력체가 될 것이다”라며 “이는 개인의 당적이나 정치적 성향과는 별도로 자신들의 노동시간이나 근로환경에 비춰보았을 때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이를 위한 도구로서 함께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국회인턴유니온은 일반 정규직 노동조합과는 다르게 노동운동 아래 포섭되지 않은 다양한 층위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을 창의적 활동을 계획 중이다”라며 “파업 등 노동조합에서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행동을 넘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당사자들을 의식적으로 만들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노동조합 설립보다 국회인턴과 입법보조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이 더 실효성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도 입법 등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은 많이 나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기에 노동조합설립으로 직접 바꿔나가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당사자가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서 법안이 설립되는 것과 소수 엘리트의 아이디어로 법안이 설립되는 것은 결론은 같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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