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제휴 언론사의 진입과 퇴출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지만 ‘밀실형’ ‘나눠먹기’ 위원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외압을 막기위해 평가위원을 비공개로 한다”고 밝혔지만, 위원회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위원 명단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단체별로 전현직 언론인 위주로 위원선임이 이뤄졌고 위원에 대한 아무런 검증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위원장은 인터넷신문위원회가 추천한 허남진 전 중앙일보 논설주간(한라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이 선임됐다. 한국신문협회가 추천한 정동우 전 동아일보 사회부 부국장(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온라인신문협회가 추천한 박홍기 서울신문 온라인뉴스 국장과 윤형식 매경닷컴 대표 등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각각 주요 일간지와 일간지 소속의 닷컴사들이 소속된 협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다.

   
▲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비공개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인터넷신문이 주축인 인터넷신문협회는 김기현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과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를 추천했고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민병욱 전 동아일보 출판국 국장(한국신문윤리위원)을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진흥재단은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을 추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대표하는 한국방송협회 추천 위원으로는 황외진 MBC 뉴미디어 뉴스편집부장과 김현철 SBS 뉴미디어부장이 선임됐다. 방송협회는 평가위원회 전 단계인 준비위원회에는 연규선 KBS 디지털뉴스부장을 선임한 바 있다. 방송 3사가 돌아가며 위원을 맡은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추천 위원은 준비위원을 맡았던 강성웅 YTN플러스 총괄본부장이 계속 맡는다.

언론진흥재단 추천이사는 김태호 삼성엔지니어링 전무와 김위근 언론재단 연구위원이 선임됐다. 김태호 전무는 포털이나 언론계는 물론 한국언론진흥재단과도 연관없는 인물로 추천 배경에 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추천 위원으로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이 선임됐다. 한국소비자연맹 추천 위원은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며 언론인권센터 추천위원은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서무처장이다. 

이 외에도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배정근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추천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협 이사 2명을 평가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뉴스제휴평가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한국신문협회 추천
정동우 전 동아일보 사회부 부국장(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온라인신문협회 추천
박홍기 서울신문 온라인뉴스 국장
윤형식 매경닷컴 대표

 

·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추천
민병욱 전 동아일보 출판국 국장(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 인터넷신문위원회 추천
허남진 전 중앙일보 논설주간(한라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

 

· 인터넷신문협회 추천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
김기현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 한국방송협회 추천
황외진 MBC 뉴미디어 뉴스편집부장
김현철 SBS 뉴미디어부장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강성웅 YTN PLUS 총괄본부장  
 

· 한국언론진흥재단 추천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 언론인권센터 추천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한국언론진흥재단 추천
김태호 삼성엔지니어링 전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추천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한국소비자연맹 추천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 추천단체 미확인
배정근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들이 대부분인 데다 평가위원 대다수가 전·현직 언론인 출신이라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당장 어뷰징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언론사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합류한 상황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어뷰징을 많이 하는 매경닷컴 관계자가 포함된 심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비공개로 밀실에서 이뤄지는 평가라면 더더욱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위원은 이해상충 가능성과 관련, “입장을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직 언론인인 평가위원 역시 “멘트를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평가위원을 선별하기 위한 기준이나 자격요건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각 단체를 대표한다는 면에서 대표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휴심사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지,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는 검증을 해야 하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평가위원은 현직 언론인이 아닌 사람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며, 그 교수가 평소에 특정 매체와 친밀한 활동을 했는지 등도 따져야 이익집단을 대변하지 않는 인사들로 공정하게 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외압을 막고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체별로 평가위원을 2명씩 두고 위원장을 포함한 평가위원 일체를 비공개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평가위원이 2명이고, 이 중 한명만 실제 뉴스제휴심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익명성이나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

정연우 교수는 “포털은 사기업이지만 공적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익대변자로 평가위원이 꾸려진 것인데, 위원회가 누구로 구성되고 어떤 발언을 하고 이들이 만든 규정과 제도적 장치가 어떤 절차를 통해 나왔는지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 운영 방침을 두고도 말이 많다. 현직 교수인 한 평가위원은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공공연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가위원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곧 위원이 누구인지는 금방 밝혀질 게 뻔하다”면서 “위원들이 소속한 언론사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공유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에 소속된 평가위원들이 다른 평가위원이 누구인지 아는 상황에서 위원 명단만 비공개로 하면 위원회의 ‘이너서클’을 강화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언론인권센터와 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가 일부 참여하지만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주요 언론시민단체들이 빠진 것도 의문이다.

군소 인터넷언론 소속 기자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도형래 사무총장은 “평가위원회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예전에는 제휴심사에서 탈락하면 포털에 항의를 할 수 있었지만, 평가위원회가 꾸려지면 항의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학계나 시민사회단체 소속 위원들도 말을 꺼렸다. 언론단체 소속이 아닌 한 위원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위원회가 이제 겨우 꾸려졌고, 룰을 지금부터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일단 진행해보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이의제기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면서 “준비위원회 때와 달리 방송단체와 시민단체가 들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제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일부 참가했지만 보수언론 위주의 환경에서 평가위원회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뉴스제휴를 심사하게 되면 사실상 기득권 언론을 위한 위원회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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