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각지에서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보수신문은 분주해졌다. 교과서를 자의적인 기준으로 해석해 좌편향 낙인을 찍는가하면 일선 교육현장의 편향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검정교과서에 빨간 낙인을 찍었지만 검정교과서 모두 주체사상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정작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지시한 당사자는 현 정부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역사학계 “국정교과서 집필거부” 저항 확산>
한겨레 <어이없는 새누리 펼침막>
한국일보 <“일,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 분노의 1200회 수요집회>
조선일보 <42년만의 가뭄... 4대강 물 끌어다 쓴다>
중앙일보 <기부금 세금폭탄, 기부자 42% 줄었다>
동아일보 <지리멸렬 야당>
세계일보 <“일본은 사과하라” 1200번째 수요집회>
서울신문 <한국경제 볼프효과>
국민일보 <최악 가뭄 해소 4대강 물 활용>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비판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존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규정하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기존 교과서가 북한 주체사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술한다고 끊임없이 지적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세습정권을 미화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13일 새누리당은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겨레가 교학사, 금성, 두산동아, 리베르, 지학사,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북한관련 서술은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가장 심각한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성의 교과서 역시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항일 유격대 활동을 혁명 전통으로 삼은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 체계였으며 결국 김일성 개인숭배로 이어졌다”고 부정적으로 기술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국책연구원도 “기존 역사교과서 북한에 부정적”

역사교과서들이 주체사상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부는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일까?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한국사 성취기준에는 “주체사상과 세습체제”를 학습요소로 명시했다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펴고 있는 주체사상 교과서 공세는 이처럼 거꾸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부당성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중조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겨레는 국책연구기관이 현행 역사교과서의 북한 기술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자료를 공개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이 14일 입수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중학교 도덕, 역사 교과서의 통일교육 관련 내용 분석 및 보완 방안 연구’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경제 분야에 대해 검정 교과서 9종 모두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대체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다룬 내용 요소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정부여당의 주장과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정 반대인 셈이다.

역사교과서가 ‘편파적 편집’?

반면 보수신문은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국정화가 공식화된 다음부터는 역사교육 전반에 ‘붉은색깔’을 입히기 급급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한국사 검정교과서의 남북한 사진비교’ 기사를 통해 검정 역사교과서들이 북한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북한을 중점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한 사진을 비교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1980년대 한국을 기술한 장면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곤봉을 들고 있는 공수부대 병사와 6월항쟁 당시 경찰의 최루탄에 쓰러진 이한열 사진이 이어진다”면서 “반면 북한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기립박수 보내는 사진”이라는 식이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교과서가 심각한 북한편향적 내용을 기술한 것처럼 묘사했다. 조선일보는 “(북한) 핵 개발에 관한 대목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장거리 로켓발사 사진을 실었다”고 사진을 설명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촉발한 외교적 군사적 도발보다는 과학적 쾌거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사진이 어떻게 과학적 쾌거로 해석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 15일자 조선일보.
 

‘집필거부 선언’이 불편한 동아

연세대, 경희대, 고려대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집필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문제가 많은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교수들의 자발적인 양심선언’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금 분위기로는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경우 교수로서의 경력이나 명예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주홍글씨처럼 학계에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 당시 교과서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학교에 대해 ‘마녀사냥식 몰이’를 한다는 보도와 유사하다.

그러면서 동아는 집필거부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동아는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집필거부 운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벌써부터 예단과 편견을 갖고 불참을 선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교육현장 좌편향 몰아가기

보수신문은 ‘교과서 좌편향 몰아세우기’를 교육현장까지 확장해 국정 교과서 추진에 힘을 보탰다. 중앙일보는 “일선 교사들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수업에, 심지어 시험에 반영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면서 “아무리 중립적인 교과서를 만들어도 교사가 편향적으로 가르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의 ‘선동편향 수업 신고센터’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일선 교사들이 편향적인 내용을 가르친다고 부각시켰다.

필요하면 자위대 입국 가능하다고?

일본이 안보법 개정 등으로 전쟁국가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대정부질의 때 “부득이한 경우 우리나라가 동의한다면 (일본 자위대가) 입국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그의 발언은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입장과 미묘하게 달랐다. 현 정부의 방침은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사전동의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없을 것이다”다. 즉, 정부는 ‘불가능’에 방점이 찍힌 입장이지만 황 총리는 ‘가능성’을 열여둔 셈이다.

   
▲ 15일자 한겨레.
 

언론은 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황 총리의 발언이 학습부족에 따른 실언이 아니라면 그 의미가 심각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한미일 3국 사이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조건과 관련한 실무적 논의가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며 밀실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일보는 황 총리의 발언을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황 총리는 “5.16은 쿠데타이며 정변이 맞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사법기관에서 하는 것이 역사적 평가의 모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5.16을 쿠데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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