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감시 공화국’이다. 부모가 원하지 않는데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유해매체 차단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강제한다. 경찰이 CCTV를 통해 노동자와 국민을 감시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이버사찰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새누리당은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의 오지랖, 스마트보안관 ‘강제 설치’

포털사이트에서 ‘스마트보안관’을 검색해보면 스마트보안관앱을 삭제하거나 비밀번호를 푸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다. 스마트보안관은 부모와 자녀의 스마트폰에 설치돼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앱이다. 이 앱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유해매체 차단 앱에 대해 아동 및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기도 한다.

문제는 스마트보안관이 아이와 부모의 의사와 무관하게 설치된다는 점이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통신3사가 의무적으로 스마트보안관을 설치하고 관리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통신사는 이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아동 및 청소년의 스마트폰 개통을 할 수 없으며 한 달에 한번씩 앱의 작동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보안관은 부모가 설치를 반대해도 무조건 깔아야 한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일 “스마트보안관앱에 26건의 보안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보안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 스마트보안관앱 구동화면.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현황을 감시할 수 있으며 특정 앱의 사용을 차단할 수도 있다. 사진=스마트보안관 홈페이지.
 

스마트보안관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운용을 밝혀낸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시티즌랩은 지난달 21일 보고서를 내고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국가에서 앱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해 아동과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앱 자체도 보안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시티즌랩이 판단했다”면서 “다음주 열리는 UN 국제인권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시위 CCTV로 ‘실시간 감시’

정부가 CCTV를 남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서 경찰은 CCTV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을 감시했다.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관리소는 CCTV를 통해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조합원들의 집회를 감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세종정부청사관리소로부터 제출받은 기록에 따르면 청사관리소는 통합상황실 CCTV를 조종해 집회 중인 노동자들을 확대해 들여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전면적인 CCTV감시를 추진해 논란이 됐다. 경찰이 노후CCTV 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 전역에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의 CCTV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박남춘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서울 시내 방범용 CCTV 2만2587개를 경찰이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경찰은 교통정보용 CCTV에 대해서만 직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지자체의 CCTV를 보려면 수사목적에 한해 지자체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

경찰은 지난해에도 전국의 차량방범용 CCTV를 통해 수배차량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대국민 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서울시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카톡 감청재개에 이어 ‘실시간 감청’ 추진

카카오톡이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박민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지난 6월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 법안은 국내에 사업을 하는 인터넷 및 SNS 사업자에게 감청협조 설비 구비를 의무화해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검찰은 카카오톡에 ‘감청(통신제한조치)영장’을 집행해 서버에 저장된 2~3일 가량의 대화정보를 가져오는 식으로 편법적인 감청을 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휴대전화 감청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감청 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이들 기관이 검찰문서를 열람하거나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미래부 산하기관이 수사기관을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카카오가 지난 1년 동안 감청영장 요청에 응하지 않자 새누리당에서 만든 법안이다. 카카오가 감청영장에 다시 응했기 때문에 법안이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