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해 시민사회가 비례대표를 확대해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정당 지지율만큼 국회 의석 배분·비례대표 100석 이상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2015정치개혁시민연대는 전국 255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기구다. 

당초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대년)에서 13일까지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으나 오늘로서 제출 시한이 지나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의 결정권이 여야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비례대표 수를 늘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 서해성 소설가 등 시민사회 인사 11명이 참석했다. 

정치개혁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선거제도 혁신을 외면하고 있다”며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 지역구 숫자를 줄이거나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단체는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현행 선거제도 덕분에 국민들의 지지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정당들이 상황의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 13일 각계 시민사회인사들이 모여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참여연대에서 열였다. 사진= 정민경 기자.
 

앞서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지역구의 인구편차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하고 있던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고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 54석에서 10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합의해 선거구획정에 제동을 건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성의 정의(正義)를 확보하는 것인데,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는 대표성의 정의에 현저히 반한다”며 “사표와 사표심리로 인해 민의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확대라는 단순한 진실이 실현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양대 정당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 13일 각계 시민사회인사들이 모여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참여연대에서 열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서해성 소설가는 “현재 선거제도 상 살아남은 표 53.6%, 사표 46.4%다”라며 “우리는 지금 0.5민주주의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은 “비례대표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 즉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데 반대여론이 많은 이유는 정치불신과 정치혐오 때문이다”라며 “스웨덴의 경우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는 식으로 정치불신과 혐오도 줄이고 국회의원 수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이거나 정치학자가 아님에도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이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국가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전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현행선거제도는 다수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명분 하에 사실상 다수의 의견을 배제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 13일 각계 시민사회인사들이 모여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이후 비례대표 확대를 위한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철희 두문정치정략연구소장이 '국회를 바꾸자'는 블록을 놓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한편 지역선거구 최종확정 기일은 오는 11월13일까지다. 현재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수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제시안에 따르면서 농어촌 지역의 의원수를 감소하지 않으려면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의원의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비례대표 수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어 최종 확종 기일까지 어떤 결정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문재인의 딜레마,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축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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