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은 물론 여야 중견 정치인들까지 ‘공산주의자’로 매도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왔다. 그러나 여당 위원들은 고영주 이사장을 감싸기 바빴다. 

야당추천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 자리에서 “이대로 가면 MBC가 공안검사의 시각으로 경영될 것”이라며 ‘해임’또는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추천 고삼석 위원은 “고영주 이사장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방통위원 개인자격으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고, 선임되도록 해 죄송하다”면서 사과를 한 뒤 “그분의 생각과 발언 등이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송을 위해 설립된 방문진의 취지를 구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고영주 이사장은 지난 6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와 지난 4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지칭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밝혔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도 “한때 공산주의자였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에게는 “친북 전력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도 말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야당 위원들은 방문진 이사장은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고영주 이사장이 공영방송의 대주주로서 공정한 방송을 이끌어야 할 책무를 다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1조에도 방문진은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 진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은 고영주 이사장의 문제 발언이 업무와 직결되지 않는다며 ‘감싸기’에 나섰다. 최성준 위원장은 “자신의 업무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업무를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이사가 가진 생각을 문제 삼아 해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허원제 상임위원은 “본인 나름의 국가관, 사상의 자유에 대해 얘기한 부분은 양심의 자유”라며 극단적인 사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날 방통위에서 공영방송 이사 해임권한에 대해 논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는 임명규정만 있고 해임규정이 없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홍 부위원장은 2012년 대법원이 내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무효 소송 당시의 판결을 언급하면서 “당시 재판부는 ‘해임은 무효’라고 결정했지만 ‘해임권은 임명권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재홍 부위원장은 “해임사유는 명백하다. 극단주의자이고, 방송전문성도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격사유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해임도 징계의 일환인데, 구체적인 사유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 방문진 법에 보면 결격사유 외에는 해임 규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문진 이사장의 사회관, 역사관, 공적의식이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계”라며 “결격사유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논쟁은 정리되지 않은 채 최성준 위원장이 “다양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회의를 마쳐 사실상 해임요구를 거절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고영주 이사장의 해임촉구결의안을 여당과 함께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의 적절한 해명이 없을 경우 해임결의안을 제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키고 방문진 이사장 신정철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고영주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주식 70%를 소유한 대주주로 MBC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하고 MBC사장을 선임한다. 방문진 이사 9명은 정부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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