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임명된 동북아역사재단 김호섭 이사장의 역사관·정치관이 논란이다. 지난 2013년 6월 친일사관으로 논란이 된 교학사교과서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문제제기 하자 ‘역사왜곡과 학문탄압을 걱정하는 지식인모임’에서 야당의원들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 이사장이 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은 “(교학사교과서 논란) 당시 식민지 근대화론 독재 미화 교과서에 대해 야당 교문위원들이 밤잠을 설쳐 애를 썼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공감을 얻기도 했다”며 “이런 교문위원들의 정당한 활동을 비판한 김 이사장이 참석했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역사왜곡과 학문탄압을 걱정하는 지식인모임에서 발표한 당시 성명에서 “정당한 학문 활동을 탄압하고 국민을 이간질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결코 공적 논쟁의 장에서 허용될 수 없다”며 “민주당과 김태년 의원은 정당화될 수 없는 학문 탄압과 검열 행위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색적인 표현도 있었다. 이들은 “교과서 유언비어 유포자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해당 교과서를 직접 읽을 기회가 없고, 한번 색깔이 덧칠되면 국민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가해자”라며 “명백한 허위를 날조·공포·전파하는 세력, 국민을 이간질 하는 행태”등의 표현을 사용해 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 동북아역사재단 김호섭 이사장. 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김호섭 이사장은 뉴라이트 인사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안교과서를 발간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뉴라이트계열 교과서 포럼’과 건국절 추진 세력이 만든 ‘한국현대사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김학준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뉴라이트 인사인 이인호 KBS 이사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창립 임원이다. 

김호섭 이사장에 대한 지적은 더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건국6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국제학술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이인호, 박효종 등이다. 지난해 8월에는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8월15일을 건국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호섭 이사장은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정치학 전공자다. 박혜자 의원이 “정치학과 역사학 중 어디에 방점이 있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정치학에 방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정치학자로서야 학자적 양심에 따라 발언도 하고 성명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맞물려 균형 잡힌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인데 이사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의 정책자문단을 시작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선언에도 참여했고, 대북 햇볕정책을 유지 발전한 노무현 정부를 ‘반 평화세력’으로 규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국선언’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2년 12월에는 한 대담에서 “민주당 내에 이른바 ‘종북반미노선’의 의심을 받는 그룹도 있다”고 했다. 

김호섭 이사장은 의원들 질의에 대해 “(위 활동들은)교수로서 참여한 것이고 이사장으로서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직무를 정당하고 공정하게 수행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제 소신을 뒤로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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