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부실’과 ‘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자료를 충실히 준비하기 보다는 고성만 이어져 ‘시간낭비’라는 비판이 있다. MBC 역시 지난 3일 ‘뉴스데스크’에서 고성이 오가고 파행이 이어지는 등 현안감사가 뒷전이 된 국감 현장을 비판했다. 맞는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부실’했던 건 MBC보도다.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는 “국감 후반전 여전히 ‘구태’”리포트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이날 증인으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출석했다. 앵커는 “고성이 이어지면서 파행을 겪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파행의 원인이 의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리포트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가리켜 “사상검증을 하듯 증인을 다그친다”면서 “증인의 반박성 답변이 이어지자 야당 의원들은 태도를 문제 삼아 감사를 중단시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증인의 반박성 답변이 아니라 편향적인 답변 내용이었다. MBC는 논란이 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정치편향적 발언 대부분을 보도하지 않았다. ‘고성’은 비판하면서도 왜 고성이 나오게 됐는지 배경을 구체적으로 짚지 않은 것이다. 이날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의원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친북인명사전에 포함된 야당 의원들이 친북노선을 따랐냐는 질문에는 “과거 친북행적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림사건 당시 강제구금에 대해선 “여관에서 당사자 동의하에 합숙하면서 수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 3일 방송문화진흥회, 한국투자공사 국정감사 보도. 이날 뉴스에서는 ‘국감 후반전 여전히 ‘구태’’를 제목으로 뽑았으며 온라인판에는 ‘국감 후반전, 막말과 고성 속 현안감사는 뒷전’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MBC 보도화면 갈무리.
 

MBC의 보도는 고영주 이사장의 문제를 국감의 문제로 돌려 쟁점을 뒤바꾼 것이다. MBC는 의원들의 질의를 가리켜 ‘사상검증’이라며 고영주 이사장을 두둔했지만 일찌감치 고영주 이사장의 극단적인 과거 언행이 도화선이 됐고, 이날 역시 편향적 발언을 쏟아낸 게 고성을 초래한 원인이다. 방문진 이사장은 공영방송의 대주주로서 공정한 방송을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국감 내용과 무관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방문진법 1조에도 방문진은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 진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미방위 위원장과 여당 간사까지 직접 나서서 비판할 정도였다. 미방위 여당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에 증인으로 나왔는데 태도의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라며 “위원장이 여당 야당 할 거 없이 말을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우상호 의원이 친북용공이라고 한다면 내가 무료로 변론을 하겠다”면서 “그가 친북용공이면 대한민국 국민 몇백만명이 친북용공”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3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MBC와 달리 여당 의원들조차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점을 보도했다.
 

JTBC는 고영주 이사장이 편향적인 발언을 쏟아내 여당 의원까지 제지에 나섰다는 맥락을 함께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방문진 국감 보도에서 “이 자리가 청문회 자리인지, 하루 종일 이 내용 가지고만 한다면 시간 낭비”라며 야당을 비판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발언만 보도해 여야가 대립하는 것처럼 다뤘다. 

물론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과 별개로 이날 국감에서 현안감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국회의 책임이 분명하지만 국회만의 책임으로 여기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MBC가 노조와 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154건의 소송비용을 묻는 질문에 고영주 이사장은 “영업비밀”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재송신 수수료 분쟁, 전파료 배분 등 주요현안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방문진은 야당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회의 속기록도 제출하지 않았다. 

MBC가 비판하는 ‘현안뒷전’인 ‘구태’국감을 만드는 데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이 일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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