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도입 이후 1년 동안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가계통신비 거품이 여전해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1일 오후 ‘단말기유통법 시행 1년 평가’리포트를 내고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후 이용자 차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통신비가 여전히 비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핸드폰을 구입하는 시점과 장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던 기존의 이용자 차별행위를 없애고 비싼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됐다. 핸드폰 보조금을 공개하고, 상한선을 두는 게 골자다.

참여연대는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난 결과 통신사의 이익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이 같이 분석하는 이유는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반면 ARPU(가입자당 영업이익)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전에는 통신3사가 과다한 보조금 경쟁을 하면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썼지만 현재는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줄었다. 문제는 통신3사가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이용자 혜택으로 돌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 통신3사 ARPU(가입자당 영업이익) 규모. 단말기유통법이 도입된 이후 통신3사는 여전히 높은 ARPU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
 

가계통신비가 비싼 까닭은 높은 핸드폰 요금 뿐 아니라 비싼 핸드폰 기기값도 한 몫한다. 삼성과 LG와 같은 핸드폰 제조사들이 핸드폰 출고가를 크게 낮추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GDP 국가와 비교하거나 동종 핸드폰을 비교하더라도 국내 핸드폰 판매가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 출시한 갤럭시S6(32GB)의 국내 가격은 미국, 일본 등 해외 9개국 평균 판매가에 비해 4% 비쌌으며 미국에 비해 21%나 비쌌다.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후 핸드폰 가격이 내려간 건 사실이지만 주로 비인기 모델이나 구형모델 위주였다.

최근 핸드폰 제조사의 ‘리베이트 규모’가 공개되며 제조사가 핸드폰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 지급한 리베이트는 8018억 원에 달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제조사가 지급해온 리베이트 규모가 이정도라는 건 그만큼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단순계산하면 핸드폰 당 14만 원 가량의 출고가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단말기유통법 폐지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단말기유통법이 도입 돼 이전보다 단말기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어 이용자 차별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말했다. ‘보완’을 해야 할 때이지 ‘폐지’를 요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참여연대는 특히 ‘분리요금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리요금제는 핸드폰 기계만 구입할 경우 약정을 맺는 대신 요금제를 할인받는 제도다. 기존 할인율이 12%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지난 4월 미래부는 할인율을 20%로 올렸다. 

   
▲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전 시장상황.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이 극단으로 치달아 핸드폰 구입가격이 구입장소와 시점에 따라 수십만원 차이가 나는 등 이용자차별행위가 팽배했다. 참여연대는 단말기유통법이 이용자차별행위를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일각에서는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 지난 4월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심현덕 간사는 “중요한 건 보조금 상한선을 높이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한선에 육박하는 보조금은 고가요금제에서만 지급되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은 상한선의 절반 가량이다. 참여연대는 “보조금을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말고, 요금제와 상관없이 ‘정액’으로 지급하되, 상한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공통적으로 ‘기본료 폐지’, ‘요금 인가제 합리적 운용’, ‘분리공시제’ 등을 단말기유통법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기본료는 통신사가 망설비 투자액을 되돌려받는 차원에서 책정되는 기본요금인데, 통신3사의 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된 현재 상황에서는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적극적으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참여연대는 반대로 ‘요금인가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의 통신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는 제도로 요금담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으로 2위, 3위 사업자가 1위 사업자의 통신요금과 거의 유사한 가격의 요금을 책정하는 등 사실상 담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참여연대는 “통신요금 인가 과정을 민간 전문가에게 공개해 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등 요금인가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리공시제 도입’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대안이다. 참여연대는 “핸드폰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라며 “분리공시제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핸드폰 가격 거품이 제거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분리공시제는 보조금 규모를 제조사의 장려금(리베이트)과 통신사의 약정 보조금으로 분리해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제조사의 보조금 몫, 지급대상과 지급내역을 파악할 수 있어 지금처럼 음성적으로 뿌려지는 리베이트를 합법적인 수준의 보조금으로 바꿀 수 있고, 제조사의 여력을 파악해 핸드폰 기기값 인하를 압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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