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67)의 신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했다는 이정서 씨(이대식 새움출판사 대표와 동일인물)의 주장에 대해 문학동네가 법정대응을 예고하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라면을 끓이며’는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으로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의 글과 새로 쓴 원고 400매 가량을 합쳐 묶어낸 책이다.

앞서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이 판매한 책 부수를 종합한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주간 베스트셀러 11위를 차지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이스 등 서점 8곳의 자료를 통합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한다. 
 
이에 이정서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의혹에 관한 글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한국출인회의인가 문학동네인가-황석영을 죽이더니, 이제 김훈인가?’를 올렸다. 이 글은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등 대형서점에서의 ‘라면을 끓이며’ 순위를 언급하며 “아무리 좋게 잡아도 종합 100위권에도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책도 아직 안 나왔는데, 그것도 완전 신작도 아닌 짜깁기한 개정판인데 벌써 전국서점 11위란다”라며 “이제 이것이 누구의 농간인지 말해야 한다. '한국출판인회의' 당신들인가? 출판사 '문학동네'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연합뉴스의 오보인가?”라며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 소설가 김훈의 신작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표지. 사진=문학동네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의혹은 2013년 5월 소설가 황석영(72)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 모음)가 사재기 논란이 일며 화재로 떠올랐다. 황석영씨는 본인은 전혀 몰랐다며 책의 절판에 이어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냈고 자음과 모음 출판사 강병철 전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는 ‘여울물 소리’외에도 김연수 소설가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백영옥 소설가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등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강 전 대표는 사퇴이후 진상조사에서 사재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재기 논란 이후 책 사재기의 목적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기 위한 것이라며 베스트셀러 집계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까지 제기된 바 있다. 
 
‘라면을 끓이며’ 베스트셀러 조작 의혹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의 한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예약판매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9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도 이전에 발표했던 순위들과 같은 방식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출판인회의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학동네 측은 이정서씨와 이 논란을 기사화한 뉴스1의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28일 문학동네는 인터넷 카페에 ‘뉴스1 대표와 권영미 기자, 이정서씨를 고소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뉴스1 대표와 권영미 기자, 그리고 이정서씨에 대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학동네는 “예약판매 기간 중에는 온라인으로만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기록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라면을 끓이며’의 각 서점 판매기록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라며 “판매기간이 아직 2주도 안 되었으니, 조작의 흔적이 있다면 쉽사리 찾아낼 수 있다”고 조작 의혹을 반박했다. 
   
이어 문학동네는 “뉴스1 권영미 기자의 9월 27일자 기명기사 김훈 신간 ‘라면을 끓이며’ 베스트셀러 순위조작 의혹’은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다”라며 “권영미 기자는 이정서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받아 기사를 썼는데, 이는 근거 없는 음해를 아무 검증 없이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고 뉴스1기자에 대한 고소 이유를 밝혔다. 

문학동네는 30일 ‘한국출판인회의에 묻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만약 이정서씨의 주장대로, 문학동네가 조작했다면,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문화의 신뢰를 위해 조작 사실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법에 따라 형사고발해야 할 것”이라며 “이정서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근거 없는 거짓 주장으로 독자와 작가, 독자와 출판사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여 건전한 출판문화를 해친 이정서씨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는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문학동네는 입장표명과 함께 한국출판인회의에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베스트셀러 집계 및 발표를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해왔는지, 집계방식은 무엇인지, 집계방식이 변경된 적이 있는지 △예약판매중인 도서가 그동안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사례가 있는지 △한국출판인회의의 이번 베스트셀러 발표에 대한 이정서씨의 ‘조작’ 주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를 공개 질의했다. 

   
▲ 출판사 문학동네가 인터넷 카페에 공개한 '한국출판인회의에 묻습니다' 전문.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시작된 논란인 만큼 한국출판인회의가 이번 기회에 베스트셀러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것인지 주목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1일 “자체적으로 입장 표명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회원사의 권리에 따라 문학동네가 요청한 자료는 문학동네에 빠른 시일 내 전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정서씨는 3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출판회의에서 발표한 순위는 각 서점들의 종합 베스트셀러와 인터넷 베스트셀러 목록을 혼합하여 ‘종합’순위 인 것처럼 발표했는데, 단순 실수인지 알고도 일부러 발표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국출판회의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선정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의혹 제기였는데 문학동네 측은 명예훼손이라며 거리가 되지 않는 고소를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정서씨는 2013년 8월에도 김화영 교수의 ‘이방인’ 번역이 오역이라 비판하며 새로운 번역으로 ‘이방인’(새움출판사)을 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번역가 '이정서'가 새움출판사의 이대식 대표와 동일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노이즈 마케팅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이정서씨의 번역이 프랑스판 원문을 두고 번역한 것이 아닌 영어판 ‘이방인’으로 번역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비판에 이정서 씨는 "이방인은 영어판으로는 해석해서 안되는 작품"이라며 새움출판사의 '이방인'은 프랑스판으로 대조해 번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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